서울 아파트 시장 "급매 팔리거나, 관망하거나"

종부세 개편 발표 뒤 분위기 엇갈려…전문가 "경기위축·금리인상 등 지켜봐야"
사진=연합뉴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최근 들어 서울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들이 슬금슬금 팔려나가고 있다.주로 급매물이 대상이지만 지난 고점 대비 싼 매물을 중심으로 매수자들의 입질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종부세 인상의 타깃이 시가 23억∼25억원 이상 초고가주택과 3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 집중되면서, 대상에서 제외된 대기 수요자들이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재건축 등 일부 특정 단지를 제외한 다수의 일반 아파트들은 여전히 거래가 뜸한 채 관망세가 지속하며 시장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강남 재건축 바닥쳤나…급매물 팔리고 호가 올라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최근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매물이 팔리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전용면적 76.79㎡는 이달 초 15억1천만∼15억2천만원에 거래가 성사된 뒤 현재 매물이 부족해 호가가 15억8천만∼15억9천만원으로 뛰었다.

연초 고점 시세인 16억3천만∼16억5천만원에는 못미치지만 지난 5월 말까지도 14억5천만∼15억원에도 안 팔리던 것을 감안할 때 호가가 다시 1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은마아파트 단지 내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조만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홍보를 하면서 일부 대기 수요자들이 서둘러 저가 매물들을 사들였다"며 "집주인들은 재건축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여 호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개업소 대표는 "앞으로 종부세가 오르긴 해도 1, 2주택 보유자는 인상폭이 크지 않고 초고가 주택도 아니어서 당장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오히려 정비계획 수립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아파트는 최근 일부 주민들이 일반분양분이 없는 '1대 1' 재건축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중개업소에 예비 매수·매도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1대 1 재건축 추진이 호재가 될지, 악재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대치동의 또다른 중개업소 사장은 "1대 1 재건축을 하면 단지 가치를 높이고 재초환 부담금을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일반분양수입 없이 건축비를 모두 주민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하니까 반대 의견도 많다"며 "정비계획 수립이 지연될수록 재건축 방법을 놓고 주민들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까지 거래가 잠잠하던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지난주에 급매물이 여러 건 소진됐다.

지난달 말까지 고점 대비 2억원 이상 하락한 급매물도 안 팔렸는데 지난주에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82.61㎡의 경우 2천만∼3천만원 정도 상승한 18억2천만원까지 거래가 이뤄졌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 한 달간 단지 내 거래 건수가 3건에 불과했는데 지난주에만 8건이 거래됐다"며 "대기 수요자들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건축 부담금과 종부세가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 일단 1주택자는 종부세 인상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하니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매수로 돌아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관리처분인가가 떨어진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는 지난달 말까지 관리처분 인가 전 매수를 하려는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가격이 강세로 돌아섰다.

이 단지는 장기보유 요건(10년 보유, 5년 거주)을 충족하는 조합원 매물에 한해서만 거래가 가능한데 전용 98∼198㎡의 거래가격이 최근 20억원을 넘어섰다.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종부세 인상 악재에도 불구하고 관리처분인가로 재건축 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며 불확실성이 걷힌 게 호재로 작용했다"며 "한동안 안 팔리고 적체됐던 매물들이 최근 꽤 많이 소화됐다"고 말했다.
◇ 일반 아파트 '거래 늘어 vs 관망 지속' 엇갈려
일반 아파트 시장도 당장 종부세에 크게 민감해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지난 3월 안전진단 강화 조치 이후 거래가 끊겼으나 최근 저가 매물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회복되는 분위기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목동3단지 전용 64.98㎡는 최근 9억7천만∼9억8천만원 선에 거래가 이뤄졌다.

연초 10억원까지 올랐던 시세가 안전진단 강화 방침 이후 9억3천만원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다시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거래는 여전히 뜸하지만 저가 매물은 조금씩 팔려나간다"며 "다주택자들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거나 4월 이전에 매도했기 때문에 종부세 강화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리센츠 등도 최근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성사됐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은 종부세 부담이 커지게 됐지만 양도소득세가 중과돼 팔지도 못하고 진퇴양난인 반면, 1주택자는 보유세 인상폭이 크지 않다고 보고 정부 보유세 개편안이 공개된 이후 저가 매물을 사들이고 있다"며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때문에 매물을 못 내놓으니 매물이 없어서 호가도 조금씩 오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수세가 여전히 위축된 곳도 많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정부 규제로 '갭투자자'들이 집을 사기 어려워졌고 실수요자들은 아직 신중한 분위기"며 "아주 싼 매물들은 드물게 거래가 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여전히 매수문의도 없고 거래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광진구 광장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종부세 부담이 큰 지역은 아니지만 강남권이 아직은 조용해서인지 매수자들도 쉽게 달려들진 않고 신중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가 2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권도 대체로 매수자들이 관망하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현금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은 보유세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급매물이 하나둘씩 나온다"고 말했다.

신도시 일대도 매수문의가 거의 없다.

분당 서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올해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이달 통지된 재산세도 꽤 많이 올랐더라"며 "어쩌다 꼭 집이 필요한 사람은 매수를 하지만 주변 시세보다는 2천만원 이상 싸야 팔리는 정도이고 전반적으로 거래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시장의 향배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보유세 윤곽이 나오면서 일부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의견도 있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리스크는 여전하고 경기 침체,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어 전반적인 거래 증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휴가철도 끼어 있어서 관망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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