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최신 가전제품 샀는데…충전기·리모콘도 없다면?

구성품 줄이는 대신 출고가 낮춰
USB-C타입 적용하고 전용 앱 지원
"가격 낮아지며 시장 창출 긍정적"
사진=연합뉴스
# 30대 회사원 김 모씨는 최근 10만원을 주고 구입한 '미세먼지 측정기'를 택배로 받아봤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포장을 뜯은 내용물에 충전기는 물론 사용법을 알려주는 설명서 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따질 작정으로 업체에 전화했더니 상담사는 "집에 있는 스마트폰 충전기를 사용하면 되고, 설명서는 제품 후면에 각인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판매사이트를 자세히 다시 한번 살펴봤다. 업체의 얘기처럼 구성품에는 본체 하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구성품들이 없으니 허전하면서도, '구성품을 빼는 대신 제품 출고가를 낮췄다'는 설명문을 보니 믿음이 가기도 했다.

중소가전 업계에 '실속형 패키지' 바람이 불고 있다. 충전기, 리모컨, 설명서와 같은 구성품을 줄이는 대신 출고가를 낮춰 판매하는 식이다. 실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 트렌드의 영향을 받으면서다.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소형 전자업체들이 구성품을 넣지 않고 판매하는 이른바 '실속형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몇몇 제품에만 적용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자 아이템을 늘려가고 있다.

실속형 패키지는 물리적인 충전기나 리모콘을 제품에 끼워넣는 대신, USB-C타입이나 전용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적용한다는 걸 말한다. 설명서를 없애고 QR코드(Quick Response·정사각형 모양으로 된 마크로 사용자 정보 등이 담긴 개인 식별 도구)를 각인하는 업체도 같은 경우다.

선풍기, 드론, 로봇 청소기 등에서 이러한 패키지들이 늘고 있다. 프랑스 드론업체 패럿이 이달 초 출시한 접이식 드론의 경우 USB-C타입을 적용해 별도의 충전기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경쟁사 제품과 비슷한 성능에도 10% 가량 저렴해졌다. 중국 샤오미는 선풍기와 로봇 청소기에 리모콘을 없애는 대신 전용 앱을 제공한다. 스마트폰으로 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IoT(사물인터넷) 기능이 확대되면서 가능한 일이다.QR코드로 설명서를 대신하는 경우는 많은 편이다. 소니, 화웨이 등이 적극적이다. 소니의 프리미엄 무선 이어폰의 경우 전용 앱을 통해 설명서는 물론 문제해결까지 확인할 수 있다. 화웨이의 태블릿도 앱을 통해 작동법을 제공하며 활용 방법과 상담사 연결까지 가능하다.

업체들이 구성품을 줄이는 배경에는 가전시장의 소비 트렌드 변화가 있다. 소비자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제품을 선호하면서 업체들은 구성품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이도록 시도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등 실용성을 강조하는 국가를 중심으로 이같은 경향이 뚜렷하다. 일본 가전업체 관계자는 "리모콘과 충전기 등 주요 구성품을 제외하면 출고가가 평균 2~3% 정도 떨어진다. 많게는 5%까지 저렴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유통, 물류 등 제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별도 구성품은 유로로 판매할 수 있어 업체들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소비자들 역시 불필요한 구성품을 대신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보니 반응이 좋다. 필요한 구성품은 별도로 구입하면 되니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한정적이긴 하지만 이러한 트렌드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경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속형 패키지가 가전시장 전반에 확산된 건 아니지만 바람직한 방향인 건 분명하다"며 "패키지를 줄여 가격을 낮출 경우 시장 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체와 소비자 모두에게 좋은 변화"라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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