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주식' 골라 쇼핑 바구니 채운 외국인

美·中 무역전쟁으로 인한 변동성 장세서도 '사자'

SK하이닉스·LG이노텍 등
유가증권시장 저평가 종목
이달들어 2216억 순매수

"美 금리인상 등 불안 요인 많아
자금유입 지속 어려울 것" 분석도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덜컹거리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 ‘사자’를 재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외국인들은 가격 매력이 돋보이는 저평가 종목을 ‘쇼핑 바구니’에 집중적으로 담고 있다.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21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미·중 무역전쟁 ‘개전’ 등의 요인으로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지난달 중순부터 말까지와는 다른 흐름이다. 지난달 15~29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490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투자자들이 미·중 무역전쟁 개전을 ‘불확실성 제거’로 받아들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유럽 등 주요 지역 경기 지표가 증시에 유리하게 나온 게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일 발표된 미국 비농업 취업자 수는 전달보다 21만3000명 늘어 발표 전 추정치(19만5000명)보다 증가폭이 컸다. 이 영향으로 상승세를 탄 나스닥지수는 13일 사상 최고치인 7825.98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 증시와 동조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중국 증시가 반등에 성공한 것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5일 2016년 3월 이후 최저치인 2733.88까지 떨어졌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13일엔 2831.18로 장을 마쳤다.최근 중국 증시 반등에는 무역분쟁 여파로 급락세를 이어가던 위안화 가치가 10일을 기점으로 ‘바닥’을 다진 게 영향을 미쳤다. 한국 코스피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간 상관관계는 5일 0.84로 올 들어 최고 수준에 달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워질수록 두 지수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어떤 종목 사들였나

요즘 외국인들은 특정 업종에 대한 선호를 드러내기보다 주가 하락으로 가격 매력이 커진 종목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외국인이 이달 많이 사들인 상위권 종목은 SK하이닉스(1344억원 순매수) 네이버(1278억원) 삼성전기(1125억원) LG이노텍(725억원) 한국항공우주(700억원) 등이다.2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71.1% 늘어난 5조263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사상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5조원 시대’를 연 것으로 추정되는 SK하이닉스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이 4.12배다. 비교 대상으로 꼽히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 엔비디아가 40배 이상의 PER을 적용받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

5월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9만5200원으로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선 SK하이닉스는 한 달 이상 조정이 이어져 지난달 28일엔 8만350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13일 8만8800원으로 장을 마쳤다.

SK하이닉스처럼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종목 중에서도 네이버 LG이노텍 등은 외국인들의 ‘쇼핑 리스트’에 올랐다. 네이버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67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1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LG이노텍은 10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 전환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럼에도 외국인 자금이 몰리면서 네이버와 LG이노텍은 이달 각각 1.04%, 10.72% 올랐다.◆중장기 투자 확대는 불투명

최근 재개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의 요인으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신흥국 증시에 갖게 된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글로벌 펀드정보업체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5~11일 전 세계 신흥국(GEM) 펀드에선 13억4000만달러(약 1조5182억원)가 빠져나가 8주 연속 순유출 흐름이 이어졌다.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내수경기 부진 등으로 한국 증시 매력이 떨어진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미·중 무역전쟁 악재가 드러날 때마다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