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 '역대 최고'

예년 평균 2~3%의 2배 수준…"털고보자式 수사로 기업·개인 피해"

'노조와해 의혹' 1건으로
삼성전자 10회 압수수색
'업무마비·영업기밀 누출' 우려도

해외선 기각 당하면 인사 불이익
신중한 청구로 기각 거의 없어

"동일사건·장소, 횟수 제한 필요"
올 들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의 기각률이 평년의 두 배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까지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인권 피해와 기업 경영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압수수색 대상이 너무 넓어 ‘퇴짜’15일 검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검찰은 3305건의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 가운데 3110건이 발부됐고, 173건은 기각됐다.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이 5.2%로 역대 최고치다. 2013년 이후 연평균 기각률은 2~3%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1~5월)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도 3.0%였다.

5%대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국제 형사법 분야의 한 전문가는 “주요국 검찰은 영장이 기각되면 검사 인사고과에 반영할 정도로 압수수색에 신중하게 접근한다”며 “법률가 조직인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이 5% 이상 기각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이 법원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는 주요 이유는 대상자와 범죄혐의, 장소와 압수물 등을 구체적으로 담지 못했기 때문이란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 등 압수수색의 당위성을 입증하지 못했거나 수사에 불필요한 것까지 광범위하게 압수수색을 요구했을 경우 기각된다”고 설명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진행 중인 수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데도 ‘별건 수사’를 목적으로 압수수색을 과도하게 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개인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인권보호 측면에서 어려워지면서 물증 확보가 쉬운 압수수색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형소법 취지에 맞게 최소화해야”‘일단 압수수색부터 하고 보자’는 검찰의 접근 방식에 법조계는 만만치 않은 부작용을 걱정한다. 압수수색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면 개인과 기업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검찰은 최근 6개월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을 수사하면서 압수수색을 10차례 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보통 압수수색은 한 번, 보완을 위해 두 번 하는 것이 관례”라며 “미국과 일본에서 한 기업에 한 사건으로 10번의 압수수색을 한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압수수색을 당할 때 업무 차질은 물론 피의사실과 관련없는 영업비밀이 유출되면서 ‘2차 피해’를 겪지 않을까 심각하게 우려한다. 회사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 하락도 걱정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PC와 스마트폰 등까지 빼앗기면서 상당한 굴욕을 느끼게 된다. 2016년에는 울산지역의 한 공무원이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검찰의 ‘압수수색 지상주의’를 막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웅석 서경대 공공인적자원부 교수는 “압수수색은 재산권과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공무집행”이라며 “형사소송법 취지에 맞게 최소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경식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동일 사건, 동일 장소에 대해선 압수수색 횟수를 두 번으로 제한하는 등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