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6명 중 1명꼴 '잠복결핵'…의사 유병률 24%"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의사·간호사 등 1천655명 조사결과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 6명 중 1명꼴로 잠복결핵 양성감염자라는 분석이 나왔다.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결핵이 발병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증상이 없고 몸 밖으로 결핵균이 배출되지 않아 타인에게 결핵균이 전파되지 않는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해지면 결핵으로 발병할 수 있다.잠복결핵의 결핵 발병률은 10% 안팎이다.

1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박윤수(감염내과)·강중구(외과)·서정훈(소화기내과) 교수팀이 국내 의료인 1천655명(남 423명, 여 1천232명)을 대상으로 잠복결핵 감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유병률이 16%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의료인은 간호사 777명(47%), 의사 158명(10%), 기술자 210명(13%), 시설관리·보조원 331명(20%), 관리직원 155명(9%), 약사 24명(2%)이었다.잠복결핵 진단에는 피부반응검사(TST)보다 정확도가 높은 '인터페론-감마분비검사법'(IGRA)이 사용됐다.

직종별 잠복결핵 유병률은 환자와 직접 접촉하는 의사가 24%(38명)로 가장 높았다.

이어 시설관리·보조원 22%(73명), 기술자 20%(41명), 관리직원 15%(24명), 간호사 12%(94명), 약사 4%(1명) 순이었다.이처럼 의료인의 잠복결핵 양성률이 높은 건 호흡기질환 환자가 많은 병원의 특성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핵균은 통상 환자가 기침할 때 분비하는 침방울 등을 통해 전파되는데 접촉자의 약 30% 정도에서 감염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연구팀은 의료인의 잠복결핵 유병률이 높긴 하지만, 일반인구 수준을 초과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질병관리본부 조사에서는 국내 잠복결핵 유병률이 조사 대상 직군에 따라 최소 2.1%에서 34%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다만, 의료인의 잠복결핵 비교 위험도(OR)는 나이가 많을수록(2.2배), 남성일수록(1.5배), 활동성 결핵 환자와 접촉할수록(1.5배), 당뇨병일수록(2.8배)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에서 활동성 결핵 환자와의 접촉이 잠복결핵의 위험요인이었던 점으로 미뤄볼 때 병원 내 결핵 감염관리 조치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 대상자 중 결핵 예방 BCG 백신 접종률은 65%에 머물렀다.

의료기관 종사자는 2016년 결핵예방법 개정에 따라 매년 결핵 검진을 받아야 한다.

또 근무 기간 1회에 한해 잠복 결핵 감염 검진도 의무화됐다.연구팀은 논문에서 "의료인은 결핵 감염과 발병 위험이 상당히 크고, 실제 다제내성 결핵 등의 병원 내 발병에 대한 기록들도 있다"면서 "효과적인 결핵 감염관리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일반인구에 대비한 의료인의 결핵 상대 위험도를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