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년前 주 52시간 시범 도입… 他기업 벤치마킹

기업문화 혁신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경기 수원의 ‘삼성 디지털 시티’의 지하 공연장에서 매달 마지막 수요일 점심시간에 열리는 ‘런치 콘서트’ 현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근로시간 단축(주 68시간→52시간) 제도가 법으로 시행되기 약 1년 전부터 회사 내부적으로 제도를 시범 도입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 여부도 알 수 없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각종 혼란과 부작용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선제 대응에 나섰다. 이 같은 준비 과정을 거치면서 삼성전자는 올 7월 △선택적근로시간제 △재량근로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세 가지 새로운 근무제도를 도입했다. 현행 법령에 허용된 유연근무제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줄어든 근로시간을 벌충하기 위해 임직원들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대책을 준비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은 국내 다른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법이 정한 주당 40시간의 근로시간을 월평균 40시간 이내에서 출퇴근시간과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삼성전자가 주 단위로 시행하고 있는 출퇴근 유연 근무제도를 월 단위로 확대했다. 근로시간뿐 아니라 업무 수행 방법까지 근로자가 정하는 재량근로제는 신제품 개발을 맡은 특정 부서에 제한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갤럭시S 시리즈와 회사 전략 제품 개발자 등이 적용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수기와 비성수기에 제품 수요가 크게 달라지는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생산라인 등에선 ‘3개월 단위’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기로 했다.삼성전자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은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근무 환경 구축을 위해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인사제도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자율 출퇴근제도를 2009년부터 도입했다. 2015년부터는 ‘하루 4시간 이상, 1주일 40시간 이상 범위’ 내에서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는 자율 출퇴근제도를 전 직군으로 확대시행했다.

근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회의는 참석자를 최소화하고 1시간 이내에 결론을 내리도록 권장한다. 반드시 필요한 인원만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회의에서 도출된 결론에 대해서는 철저히 준수하자는 의미다.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 보고 시 직급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지 않고 ‘동시 보고’를 하는 것도 권장 사항이다.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 제도는 업무와 전문성을 중시하는 ‘직무·역할’ 중심으로 개편됐다. 부장, 과장, 대리 등으로 구분된 7단계의 직급 단계는 4단계(CL1~CL4)로 단순화됐다. 월급이 나오는 매달 21일은 ‘패밀리데이’로 정해 임직원들이 정시 퇴근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직원들의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 유급 3일의 난임 휴가를 신설했다. 배우자 출산 휴가는 유급 5일에서 10일로 확대했다. 또 전국에 퍼져 있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14개의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