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이주열 이례적 한은 회동… 9년 전과 닮은꼴

간부 대거 대동해 한은 직접 방문…2009년 2월 윤증현·이성태 이후 처음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간부들을 여럿 대동하고 한국은행을 찾은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여러 해석이 나온다.김동연 부총리는 1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부를 방문해 이주열 총재와 비공개 조찬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는 기획재정부 고형권 1차관과 김용진 2차관, 이찬우 차관보, 황건일 국제경제관리관이 참석했다.

한은에서도 주요 간부들이 동석했다.회동 장소와 참석자 규모는 기재부에서 주도적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 회동은 '김동연·이주열' 체제에선 드문 일이 아니다.

올해만도 4월까진 매달 만났다.부총리의 한은 방문 자체도 매우 특이하진 않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부총리가 기재부 간부들을 대거 대동해 한은을 찾았다는 점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정점이던 2009년 2월 갓 취임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간부들과 함께 한은을 찾아 이성태 총재를 만난 이래 처음으로 알려졌다.당시 기재부에선 허경욱 제1차관, 신제윤 국제업무 관리관, 노대래 차관보, 육동한 경제정책국장, 최종구 국제금융국장 등 주요 간부들이 참석했다.

9년 반 전 그날 만남은 큰 관심을 끌었다.

외환위기 이후 다시 경제위기를 겪으며 불안감이 팽배하던 때여서다.

그런 시기에 정부 경제팀 수장이 1998년 한은 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한은을 방문한 것이다.

당시 금융시장에서는 위기상황을 맞아 한국경제 '투 톱'이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상징적인 제스처로 해석했다.

이날 김동연-이주열 회동을 두고 행간에 깔린 메시지를 읽어내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배경이다.

김 부총리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을 두고 청와대와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이날 회동 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도 김 부총리는 "하반기 경제운영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고용과 혁신성장에도 이번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이 영향을 많이 줄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다시 '김동연 패싱'설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부총리가 한은 총재를 만나 정부와 한은이 경제 상황을 두고 인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들은 경제 하방리스크에 주목한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위기 때와 같은 모양새가 더해지며 이날 회동이 전하는 메시지에 긴장감이 강화될 수 있다.

내년 예산안 편성과 국가재정 운용을 총괄하는 2차관이 한은 총재와 회동에 처음 포함된 것도 주목을 받는다.

통상 국제금융시장을 담당하는 국제경제 담당 차관보 등이 배석하는데 이번에는 국내 담당 차관보와 2차관까지 함께 했다.

정부가 내년에도 확장적 재정운용을 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재정·통화정책을 조화롭게 운용하자는 차원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이달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재정확대를 위해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10% 이상 증액해 편성할 것을 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

이는 470조원대 슈퍼 예산 편성을 의미한다.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나온 가운데 2차관이 동행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무언의 속도 조절 압박을 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됐지만, 김 부총리는 "금통위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재정담당 차관이 온 것은 거시운용 전반에서 기탄없이 의견을 교환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은은 회동 후 공동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서 '고용 부진으로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고 미중 통상마찰, 미 금리인상 등 위험요인이 상존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는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이 총재는 내년 취업자수 20만명대 증가 전망이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으로 크게 바뀐다고 할 순 없다고 했다.한은은 수정경제전망 시 예년 수준 인상을 전제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