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사 아성 넘는다"...도전장 던진 중소의료기기 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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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6조1978억원으로 지난 5년간 연평균 성장률 7.6%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 연평균 성장률(2.2%)보다 3배 이상 높은 성장세다.
그러나 국산 의료기기가 국내 의료기관에 외면 당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의 국산 기기 사용률은 각각 8.2%, 19.9%에 그쳤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이 달린 문제기이 때문에 성능이 입증된 외산 제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의료계 설명이다.이런 상황에서 뛰어난 기술력으로 다국적사 아성을 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국내 중소의료기기 업체들이 늘고 있다.
바이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진캐스트'는 혈액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하는 체외진단 키트 '지씨 캔서 키트'를 개발 중이다. 암조직에서 분리돼 혈액 속을 돌아다니는 극소량의 암 유전자인 'ctDNA'를 100만 분의 1의 민감도로 검출할 수 있다. 영상으로 발견하기 힘든 1㎤ 크기의 초기 암을 찾아내는 게 가능해진다.
이병철 진캐스트 연구소장은 "자체 개발한 기술로 암 유전자만 증폭해 검출 민감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했다. 로슈진단보다 1000배, 일루미나보다 100배 정확하게 암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지씨 캔서 키트는 이르면 내년 말 출시된다. 혈액 10mL로 2시간 30분 안에 결과를 알 수 있다. 정확도가 높기 때문에 조직검사가 필요하지 않다. 비용도 기존 검사에 드는 150만원의 10% 수준이다. 무엇보다 높은 정확도로 모든 암 유전자 변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특성에 맞는 항암 치료가 가능해진다는 게 큰 장점이다.
이오플로우는 패치형 인슐린 펌프 세계 1위 업체인 미국의 인슐렛보다 사용 편의성을 개선한 제품 '이오패치'를 이르면 올해 말 내놓는다. 패치형 인슐린 펌프는 패치를 몸에 붙인 뒤 버튼을 누르면 인슐린을 주입할 수 있는 기기다. 인슐린 주사보다 통증도 적고 편리하다.
이오패치는 인슐렛의 옴니패드보다 작고 가벼우며 타사 연속 혈당 측정 센서와 연계할 수 있다. 호환성은 이오패치의 강점이다. 세계적인 당뇨 연구 지원 기관인 '미국소아당뇨연구재단'이 인공췌장 연구 파트너로 인슐렛 대신 이오패치를 선택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연속 혈당 측정 센서와 패치형 인슐린 펌프를 결합한 '인공췌장'은 환자의 혈당이 상승하면 자동으로 인슐린을 주입해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기다. 매번 혈당을 측정하고 주사기로 인슐린을 주입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인공췌장은 미국 기업 메드트로닉의 '미니메드 670G'가 유일하다.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는 "미니메드는 일반펌프를 사용하기 때문에 1.5m 주입선이 필요해 착용이 불편하고 식사 때마다 탄수화물 수치를 입력해야 했다"며 "센서와 패치형 펌프를 작고 가벼운 본체 하나에 담고 센서와 펌프를 연결하는 알고리즘을 향상해 펌프 작동을 자동화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오플로우는 2021년 세계 최초의 웨어러블 일체형 인공췌장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메인텍이 만든 의약물 주입 펌프 '애니퓨전'도 세계 시장을 노릴 만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최대 용량 50mL의 주사기에 약물을 담아 20여 번 주사기를 교체해야하는 시린지 펌프의 단점을 해결한 제품이다.
시린지 펌프는 주사기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약물이 오염될 위험이 높고 번거로운 반면 애니퓨전은 원형 실린더 카트리지로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했다. 임상 시험 때 약물 주입량이 기존 제품보다 정확하다는 결과도 얻었다.
이상빈 메인텍 대표는 "미국의 호스피라·백스터, 일본의 데루모 등 주입 펌프 시장을 주름 잡고 있는 업체보다 기술력이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며 "최근 이란의 한 업체와 25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는 등 3년간 6개국에서 1000억원 이상의 결실을 맺었다"고 밝혔다.
수술로봇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인튜이티브서지컬에 도전장을 내민 미래컴퍼니도 주목된다. 지난 3월 최초의 국산 수술로봇인 '레보아이'를 출시한 미래컴퍼니는 여러 병원과 접촉하며 판매 계약을 추진 중이다. 미래컴퍼니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병원 몇 군데와 계약이 상당 부분 진척됐다"며 "조만간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의료계 전문가들은 국내 의료기기 업계가 발전하려면 국산 기기가 의료 현장에서 많이 활용돼 의료기관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마케팅이나 영업 방식을 혁신하고 정부는 공공병원이 국산 의료기기를 사용하도록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며 "국산 의료기기가 임상 기록을 쌓으면 해외 진출이 한층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그러나 국산 의료기기가 국내 의료기관에 외면 당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의 국산 기기 사용률은 각각 8.2%, 19.9%에 그쳤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이 달린 문제기이 때문에 성능이 입증된 외산 제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의료계 설명이다.이런 상황에서 뛰어난 기술력으로 다국적사 아성을 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국내 중소의료기기 업체들이 늘고 있다.
바이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진캐스트'는 혈액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하는 체외진단 키트 '지씨 캔서 키트'를 개발 중이다. 암조직에서 분리돼 혈액 속을 돌아다니는 극소량의 암 유전자인 'ctDNA'를 100만 분의 1의 민감도로 검출할 수 있다. 영상으로 발견하기 힘든 1㎤ 크기의 초기 암을 찾아내는 게 가능해진다.
이병철 진캐스트 연구소장은 "자체 개발한 기술로 암 유전자만 증폭해 검출 민감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했다. 로슈진단보다 1000배, 일루미나보다 100배 정확하게 암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지씨 캔서 키트는 이르면 내년 말 출시된다. 혈액 10mL로 2시간 30분 안에 결과를 알 수 있다. 정확도가 높기 때문에 조직검사가 필요하지 않다. 비용도 기존 검사에 드는 150만원의 10% 수준이다. 무엇보다 높은 정확도로 모든 암 유전자 변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특성에 맞는 항암 치료가 가능해진다는 게 큰 장점이다.
이오플로우는 패치형 인슐린 펌프 세계 1위 업체인 미국의 인슐렛보다 사용 편의성을 개선한 제품 '이오패치'를 이르면 올해 말 내놓는다. 패치형 인슐린 펌프는 패치를 몸에 붙인 뒤 버튼을 누르면 인슐린을 주입할 수 있는 기기다. 인슐린 주사보다 통증도 적고 편리하다.
이오패치는 인슐렛의 옴니패드보다 작고 가벼우며 타사 연속 혈당 측정 센서와 연계할 수 있다. 호환성은 이오패치의 강점이다. 세계적인 당뇨 연구 지원 기관인 '미국소아당뇨연구재단'이 인공췌장 연구 파트너로 인슐렛 대신 이오패치를 선택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연속 혈당 측정 센서와 패치형 인슐린 펌프를 결합한 '인공췌장'은 환자의 혈당이 상승하면 자동으로 인슐린을 주입해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기다. 매번 혈당을 측정하고 주사기로 인슐린을 주입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인공췌장은 미국 기업 메드트로닉의 '미니메드 670G'가 유일하다.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는 "미니메드는 일반펌프를 사용하기 때문에 1.5m 주입선이 필요해 착용이 불편하고 식사 때마다 탄수화물 수치를 입력해야 했다"며 "센서와 패치형 펌프를 작고 가벼운 본체 하나에 담고 센서와 펌프를 연결하는 알고리즘을 향상해 펌프 작동을 자동화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오플로우는 2021년 세계 최초의 웨어러블 일체형 인공췌장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메인텍이 만든 의약물 주입 펌프 '애니퓨전'도 세계 시장을 노릴 만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최대 용량 50mL의 주사기에 약물을 담아 20여 번 주사기를 교체해야하는 시린지 펌프의 단점을 해결한 제품이다.
시린지 펌프는 주사기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약물이 오염될 위험이 높고 번거로운 반면 애니퓨전은 원형 실린더 카트리지로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했다. 임상 시험 때 약물 주입량이 기존 제품보다 정확하다는 결과도 얻었다.
이상빈 메인텍 대표는 "미국의 호스피라·백스터, 일본의 데루모 등 주입 펌프 시장을 주름 잡고 있는 업체보다 기술력이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며 "최근 이란의 한 업체와 25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는 등 3년간 6개국에서 1000억원 이상의 결실을 맺었다"고 밝혔다.
수술로봇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인튜이티브서지컬에 도전장을 내민 미래컴퍼니도 주목된다. 지난 3월 최초의 국산 수술로봇인 '레보아이'를 출시한 미래컴퍼니는 여러 병원과 접촉하며 판매 계약을 추진 중이다. 미래컴퍼니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병원 몇 군데와 계약이 상당 부분 진척됐다"며 "조만간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의료계 전문가들은 국내 의료기기 업계가 발전하려면 국산 기기가 의료 현장에서 많이 활용돼 의료기관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마케팅이나 영업 방식을 혁신하고 정부는 공공병원이 국산 의료기기를 사용하도록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며 "국산 의료기기가 임상 기록을 쌓으면 해외 진출이 한층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