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CEO들 만난 산업장관 "규제개선하겠다"… 소통강화 약속

"기업 위한 산업부 되겠다"…12대 기업과 투자·고용 부진 해법 모색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만 따로 만나 적극적인 규제 개선을 약속하는 등 소통 강화에 나섰다.최근 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투자와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대기업 기를 살리겠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16일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12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하고 기업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백 장관은 작년 7월 취임 이후 업종별로 여러 기업을 두루두루 만났지만, 대기업만 모아 간담회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백 장관은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기업을 위한 산업부'(Ministry for Enterprise)가 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는 최근 기업 투자와 고용이 부진한 상황에서 기업 애로와 건의를 청취하고 정부 지원방안을 협의하는 등 기업과 정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자 마련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그동안 산업부가 산업생태계를 강조했지만, 이제는 대기업 역할을 강조하면서 산업별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대기업 역할의 중요성을 더 부각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이 관계자는 그동안 대기업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기업이 부족하다고 여기면 소용이 없다"며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소통 강화 노력을 배가해서 기업 애로를 하나라도 해결할 수 있도록 더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 같은 경제단체가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경련 쇄신안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국민 수용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전경련 문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CEO들은 과도한 개인정보 보호와 지주사 투자 규제 등 신규 투자를 막는 규제 개선, 기업 투자에 필요한 산업 인프라 적기 확충, 신산업과 환경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등을 요청했다.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전달하고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백 장관은 규제혁신, 융·복합 첨단산업 발전전략 수립과 추진, 근로시간 단축 안착, 통상현안 대응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 기업 투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서 나온 기업 애로를 상황판으로 만들어 챙기기로 했다.

우선 이달 말 '규제혁신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5대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규제혁신을 적극적으로 선도하고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를 적극적으로 설득할 계획이다.

관계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통해 기업 투자에 필요한 인프라가 제때 구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발표한 '수소차 산업생태계 조성방안' 같은 분야별 융·복합 첨단산업 발전전략을 수립·추진할 계획이다.

백 장관은 세액공제 확대 등 다른 부처가 담당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산업부가 단순히 기업 건의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진정한 조력자'로서 산업정책 관점에서 담당 부처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단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장의 애로에 대해서도 실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관계 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동안 산업계에서는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 부담을 키우는 정부 정책 수립 과정에서 산업부가 기업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간담회에는 기아차 박한우 사장, 두산 동현수 부회장, 롯데 황각규 부회장, 삼성전자 윤부근 부회장, 이마트 이갑수 사장, 포스코 오인환 사장, 한화 최선목 사장, 현대중 권오갑 부회장, CJ대한통운 박근태 사장, GS 정찬수 사장, LG화학 손옥동 사장,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이 참석했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에서 공기업을 제외하고 산업부 담당 업무와 관련 있는 기업들을 선정했다.산업부는 12대 기업과 간담회를 정례화하고 '민관 실무 워킹그룹'을 구성해 간담회 후속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