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뷰어] 하늘 위 드론 전쟁…안정성 '매빅에어' vs 즐거움 '아나피'
입력
수정
DJI 매빅에어, '속도·안정성·스마트기능' 압도<옥석 가리기, '블랙리뷰어'는 전자 제품 전문 리뷰입니다. 소비자 관점을 장착한 한국경제·한경닷컴 기자들이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솔직하게 평가합니다. 제 돈내고 사려는 제품의 제 값을 매기는 게 목표입니다. 전자 관련 소비재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지만, 때에 따라 전혀 다른 제품에도 접근합니다.- 편집자 주>
패럿 아나피, '시간·카메라·저소음' 우수
입문자 '매빅에어', 기존 사용자 '아나피' 추천
[비교영상] 하늘 위 드론 전쟁…매빅에어 vs 아나피
전세계 드론 시장은 중국 'DJI'와 프랑스 '패럿'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DJI와 패럿의 점유율은 각각 70%, 20%로 시장의 90%를 휩쓸고 있다. 드론계의 애플로 불리는 DJI는 프랭크 왕이 2006년 설립한 회사로 중국 심천에 본사를 두고 있다. 임직원은 1만2000여 명으로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 17개국 지사에 흩어져 있다. DJI는 '디자인은 기능을 뒷받침한다'는 철학 아래 기술과 디자인 조화에 집중하고 있다.
1994년 설립된 프랑스 대표 IT기업 패럿은 파리에 본사가 있다. 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용 상품을 판매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드론을 집중적으로 생산·판매하고 있다. 400여 명의 임직원들이 전세계에서 일하고 있으며 매출의 90%를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이고 있다.한국시장의 경우 DJI는 별도 법인을 만들어 운영하는데 반해 패럿은 유통업체를 통한 서비스만 지원하고 있다. 제품 구입과 A/S(사후관리)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구입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리뷰 제품으로 DJI의 '매빅 에어'와 패럿의 '아나피'가 선정됐다. 두 제품은 양사의 최신 제품으로 보급형 접이식 드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가격대와 성능도 비슷해 경쟁 모델로 거론된다. "매빅 에어와 아나피 중 고민"이라는 글이 심심찮게 발견되는 이유다.
DJI 매빅 에어는 2016년 출시된 매빅 프로의 파생모델로 2018년 1월 출시됐다. 매빅 에어의 출고가는 99만원으로 콤보 세트(추가 배터리, 충전 허브 등 포함)는 129만원이다. 매빅 에어의 온라인 최저가는 85만원 수준으로 98만원 정도면 콤보 세트를 구입할 수 있다.패럿 아나피는 지난 1일 미국과 유럽에 출시된 제품으로 국내에는 오는 23일 출시될 예정이다. 아나피는 패럿 드론 최초로 4K 영상과 접이식 프로펠러, 180도 상향카메라 등을 적용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출고가는 699달러(한국가격 79만9000원)로 추가 배터리 등을 구입하면 90만원 후반대가 될 전망이다. 패럿은 배터리 등 추가 액세서리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두 제품의 접었을 때 모습은 매빅 에어는 정사각형, 아나피는 직사각형에 가깝다. 매빅 에어가 6인치대 스마트폰과 비슷하다면 아나피는 길쭉한 TV 리모콘을 닮았다. 프로펠러를 제외한 기체 크기는 아나피가 크지만 프로펠러 크기 자체는 매빅 에어가 크다. 기체를 펼쳤을 때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디자인의 매빅 에어와 달리 아나피는 딱정벌레와 같은 곤충을 연상시킨다.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다.
다리를 접는 방식과 접었을 때 크기 등에서도 차이가 있다. 매빅 에어는 전면 다리는 좌우, 후면 다리는 아래로 돌려 접는 방식인데 반해 아나피는 모든 다리가 동일하게 좌우로 접힌다. 또 매빅 에어는 비행을 위해 랜딩기어(착륙장치·전면 다리에 부착)를 펼쳐야 하지만 아나피는 별도의 랜딩기어가 없다. 이 때문에 접고 펼치는데 매빅 에어는 7초, 아나피는 3초 정도가 걸린다.비행 안정성은 매빅 에어가 조금 더 만족스러웠다. 자동으로 고도를 유지하는 '호버링'의 경우 매빅 에어가 더 우수했다. 아나피도 안정적인 모습으로 비행했지만 기체가 좌우로 흐르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캘리브레이션(교정)을 거치니 한결 나아졌지만 말이다.
장애물을 감지해 피해가는 비전 시스템(앞·뒤·아래)은 매빅 에어에만 탑재됐다. 매빅 에어는 고급 기종에 적용되는 파일럿 보조시스템을 적용해 장애물을 인식해 피해다녔다. 매빅 에어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반면 아나피는 장애물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없어 주의가 요구됐다. 아나피의 가장 큰 단점이다.비행 속도 역시 매빅 에어가 뛰어났다. 모터, 배터리, 프로펠러 성능이 종합된 결과다. 매빅 에어의 최고 시속은 68.4km/h, 아나피는 55km/h로 실제 비행에서도 차이가 느껴졌다. 하지만 비행 시간은 아나피가 더 길었다. 매빅 에어와 아나피의 제원상 최대 비행시간은 각각 21분, 25분이지만 4분 이상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매빅 에어는 안전한 비행을 위해 배터리 잔량이 15% 이하일 때 자동으로 복귀하는 '리턴홈' 기능을 탑재했다. 이 때문에 실제 비행시간은 15분 내외로 짧다. 아나피도 배터리 잔량에 따른 복귀 기능이 있지만 매빅 에어처럼 엄격하지 않다. 배터리가 2% 남았을 때까지 일정 거리 내에서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다.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배터리 상태만 잘 확인하면 20분 이상의 비행을 즐길 수 있다.
안정적인 촬영을 가능하게 하는 짐벌(수평을 유지하는 장치) 성능은 두 제품 다 만족스러웠다. 바람이나 기체에서 발생하는 진동의 영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다. 두 제품 다 3축(틸트·롤·팬) 짐벌을 채택했는데, 차이가 있다면 매빅 에어는 하드웨어 3축을 구현한 반면 아나피는 하드웨어 2축(틸트·롤)에 소프트웨어 1축(팬)을 더한 하이브리드 3축이라는 점이다.
카메라 성능(동영상 및 사진)에서는 아나피가 앞섰다. 두 제품 다 4K(3840x2160) 해상도의 동영상을 지원했지만 아나피가 21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해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었다. 180도 상향 카메라와 무손실 디지털 줌은 아나피의 독보적인 장점이었다. 180도 상향 카메라는 그동안 드론이 촬영할 수 없던 시야를 보여줬고, 무손실 디지털 줌은 자유로운 비행을 가능하게 했다. 콘트롤러 성능, 배터리 충전 시간, 구성품 등에서도 차이를 보였지만 제품 구매에 영향을 줄 정도로 절대적이지 않아 생략한다. 좀 더 객관적이고 다양한 평가를 위해 4000여 명이 활동하는 드론 동호회 'FLY 비밥드론'을 찾았다. 이 동호회는 다른 동호회에 비해 패럿 드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매빅 에어가 더 안정적이다" "아나피의 카메라는 독보적이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비행 성능과 안정성, 스마트 기능에서는 매빅 에어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나피는 180도 카메라와 돌리 줌(dolly zoom·카메라를 움직여 배경이 변하게 하는 효과), 긴 비행 시간 등이 장점으로 꼽혔다.
매빅 에어는 안정성과 스마트 기능(퀵샷·스마트캡처)이 우수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짧은 비행 시간과 소음이 단점으로 거론됐다. 아나피는 카메라 성능에 대한 호평이 많은 반면 기본적인 비행 성능에 실망한 목소리가 많았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광나루비행장를 방문해 일반인들의 평가도 받았다. DJI 매빅 프로 사용자인 김 모씨는 "매빅 에어는 검증된 비행 성능과 장애물 회피 센서가, 아나피는 상향 카메라와 저소음이 인상적"이라 평가했고, 팬텀4를 운용하는 최 모씨는 "입문자에겐 매빅 에어가, 기존 드론 사용자에겐 아나피가 적합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드론 강사로 활동한다는 박 모씨는 "사용 용도에 따라 두 제품은 전혀 다른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빅 에어는 매빅 프로라는 대체물이 있을뿐더러 출시한 지 6개월이 지난 기체"라며 "아나피는 완성도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180도 상향 카메라와 돌리 줌이 우수하다. 안정성에서는 매빅 에어, 즐거움에서는 아나피에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