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삼바 사태' 자충수 둔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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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민 금융부 기자 kkm1026@hankyung.com지난 13일 오전 10시16분께 기자에게 금융감독원에서 보낸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전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재감리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이날 오전 11시로 예정돼 있던 백브리핑을 취소한다는 내용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도중 불필요한 발언이 나올 것을 우려한 담당 부서의 요청으로 취소했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한 시간 뒤인 오전 11시7분께 ‘증선위 요구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겠다’는 내용을 문자로 통보했다. 증선위의 재감리 결정 수용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이 메시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자 금감원은 이날 오후에야 뒤늦게 ‘증선위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전하는 등 하루 종일 해프닝을 빚었다.한 금감원 전직 간부는 기자와 만나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판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자충수를 둔 결과”라고 지적했다. 무슨 얘기일까. 금감원은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기업 가치를 고의로 부풀렸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2012~2014년 회계 적정성까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증선위의 요구사항이다.
금감원 전직 관계자는 “금감원 내부에서도 분식회계 행위 시점을 2012년으로 설정하면 고의성 입증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회계 기준 위반 혐의를 적발한다고 하더라도 ‘과실’에 그칠 뿐 고의성 입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감리를 거쳐 고의를 과실로 바꾸면 금감원 감리에 대한 신뢰성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감원 일각에선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원하는 정부와 시민단체 분위기에 편승해 면밀한 검토 없이 문제를 제기한 여파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고의 분식회계는 중대한 사건이다. 사실이라면 엄벌에 처해야 한다. 하지만 심증만 갖고 분식회계를 했다고 주장해선 안 된다. 재감리 요구를 받았다면 충실히 재감리해야 한다. 그 결과 아무 문제가 없거나, 고의가 아니라 과실이었다면 그것까지 명백히 밝히는 것이 금감원의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