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5배 빠른 D램 세계 첫 개발… 갤S10 장착
입력
수정
지면A15
두뇌 더 빠르고 강해진다삼성전자가 초고해상도(UHD) 영화 14편을 1초에 전송할 수 있는 차세대 모바일 D램(사진)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기존 제품보다 50%가량 빨라 5세대(5G) 스마트폰과 자율주행 자동차 시스템 등에 주로 장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세계 최대 메모리반도체 공장인 경기 평택공장에서 양산하기로 결정했다.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겠다는 전략을 약 1년 만에 수정한 것으로, 글로벌 D램 시장 수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최소 1년 앞선 기술력삼성전자는 17일 10나노미터(㎚, 1㎚=10억분의 1m)급 8기가비트(Gb) LPDDR5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고사양 스마트폰과 자율주행 자동차 등에 특화한 D램이다. 2014년 8Gb LPDDR4 D램을 개발한 지 약 4년 만에 한 단계 진화한 D램을 내놨다. 반도체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 등 경쟁사보다 최소 1년 이상 앞선 기술로 평가했다. 10나노 1세대 기술로 개발됐지만 양산 단계에선 좀 더 미세한 작업이 가능한 10나노 2세대 공정 기술로 발전돼 생산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초에 UHD급 영화 14편 전송
데이터 처리 기존보다 50% 빨라
스마트폰·자율주행車에 최적화
신제품 개발 단계서 전격 공개
경쟁사보다 1년 이상 앞선 기술
車 제조사에 알려 시장선점 노려
평택공장서 연말부터 양산
양산은 이르면 올 연말부터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내년 초 삼성전자가 내놓을 ‘갤럭시S10’ 시리즈와 같은 전략 스마트폰에 이 제품이 가장 먼저 장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새로 개발된 D램은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적용되고 있는 모바일 D램보다 1.5배 빠른 속도로 작동한다. 1초에 51.2GB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속도다. 소비 전력량도 기존 제품보다 최대 30%까지 줄였다. 스마트폰의 성능과 배터리 사용 시간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무는 “셀 영역의 단위당 관리 구역을 더 세분화하고 고속 동작을 검증하는 회로를 장착하는 등의 기술 혁신으로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고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이 스마트폰과 자율주행 자동차용 시스템 등에 주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D램과 자동차용 D램 등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5G 통신이 본격화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이 더 발달하면 LPDDR5 D램과 같은 고성능 D램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상 양산 단계에 공개하던 신제품을 개발 단계에서 전격 공개한 이유도 세계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자동차업체에 D램 혁신 기술을 알리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D램 공급량 늘리나차세대 D램을 평택공장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이날 “평택 반도체 공장의 최신 라인에서 차세대 D램 라인업의 적기 양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증설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평택반도체 1라인의 2층 공간에서 고성능 D램을 생산하겠다는 의미다. 1년 전 증설 투자 결정을 내릴 당시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려던 내부 전략을 변경한 것이다. 세계 1위 D램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이 같은 생산 전략이 글로벌 반도체 시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세계 세트(완제품)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D램 시장점유율은 45%에 달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평택공장의 D램 생산량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향후 시장 수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1라인 2층 생산설비가 모두 D램 설비로 채워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기술 혁신이 이뤄지면서 세계 D램 수요는 치솟고 있는 반면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