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탈북 여종업원 의혹 방치하는 정부

김채연 정치부 기자 why29@hankyung.com
“탈북자 사안은 통일부 소관이어서 말씀드릴 내용이 없습니다.”

17일 탈북 여종업원 사건에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가 개입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국방부가 내놓은 공식 답변이었다. 2016년 중국 내 북한 유경식당 여종업원들이 집단 탈북한 사건을 국가정보원이 아니라 국방부 직할 부대인 정보사가 주도했다는 의혹이 일었지만 “통일부에 물어보라”는 말만 반복한 것이다.하지만 통일부 질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에게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여종업원들은 자유 의사에 따라 입국했으며 이 밖에 추가적으로 언급할 것은 없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정부 부처들이 ‘핑퐁게임’을 하는 동안 탈북 여종업원에 대한 각종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2016년 당시 여종업원들과 함께 탈북한 유경식당 지배인 허강일 씨는 지난 15일 언론 인터뷰에서 “(국가정보원 사람들이) 나보고 종업원들을 데리고 오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한 후 동남아시아에 식당을 하나 차려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의 협력자였던 내가 종업원들을 데리고 한국에 오지 않으면 그동안 국정원에 협력한 사실을 북한 대사관에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도 했다.

심지어 유엔 측에서도 ‘기획 탈북’ 의혹을 제기했다. 토머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열어 “여종업원 일부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상태로 한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의혹은 커져 가는데 정부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시민단체와 여당에서도 진상 규명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속 시원히 공개하지 못하는 정부의 속사정도 있다. 기획 탈북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남북한 관계나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을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의혹에 대해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면 의혹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기획 탈북설’ 얘기가 나올 때마다 탈북 여종업원을 포함한 3만여 탈북민들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