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EU, 자유무역협정 체결… "보호주의와 싸울 것"

교역 대상 95% 관세 부과 않기로
의회비준 거쳐 내년 봄 발효 목표
韓·EU FTA 상대적 우위 사라져
일본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인 경제협력협정(EPA)이 체결됐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심화로 글로벌 교역에 먹구름이 낀 가운데 일본산 자동차와 전기·전자제품의 대(對)EU 수출이 날개를 달게 됐다.

17일 일본과 EU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도쿄에서 양자 간 EPA 서명식을 했다. 이로써 일본과 EU 간 전체 교역 대상 품목의 95%가량에서 관세가 사라지게 됐다.일본과 EU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 무역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보호주의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과 EU는 각국 의회 비준을 거쳐 내년 봄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EU EPA가 아베노믹스의 새로운 엔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PA가 발효되면 일본과 29개 EU 회원국이 인구 6억 명,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가량을 차지하는 단일 교역권을 형성하게 된다. 일·EU EPA는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체결한 통상협정 중 최대 규모로, 글로벌 무역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일본 기업의 수출 활로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일본 정부는 지난해 일·EU EPA의 경제 효과가 일본 GDP를 0.99%(약 5조2000억엔) 정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도 29만여 개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일·EU EPA로 일본의 자동차산업 수출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부품의 90% 이상이 협정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이다. 협정 발효 7년 이후에는 자동차 수입 관세도 철폐된다.

승용차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까지 겸비하게 되는 셈이다. 한국으로선 2011년 체결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덕에 누려온 유럽 시장에서의 상대적 경쟁우위 요소가 사라진다. 일본 기업이 강점을 지닌 대다수 전기·전자제품 관세도 철폐된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