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받기 전까진 아무도 몰라"…대출금리 조작에 소비자만 '발동동'

사진=게티이미지
은행권의 대출금리 조작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전 은행권 전수조사에 나서고, 금리 조작이 적발된 은행들에 환급을 지시하고 나섰지만 소비자 불안감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1만2000건의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산정한 경남은행은 아직 피해 고객들에게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

18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경남은행은 가계 대출금리를 과다하게 산정한 1만2000건에 대해 이르면 오는 23일부터 이자액 환급절차에 돌입한다. 경남은행은 현재 진행 중인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가 금주 내 마무리된다면, 이자 환급 대상과 절차 등도 신속하게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다음 주부터 피해 고객들에게 유선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환급 사실을 고지한다.

경남은행은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의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에서 고객에게 과다하게 높은 금리를 부과한 것이 적발됐다. 이에 은행은 자체 조사를 벌여 연 소득 입력 오류로 100여곳의 점포에서 최근 5년간 1만2000건의 가계대출 금리가 과다하게 산정됐음을 밝혔다. 추정 환급액은 최대 25억원이다.

경남은행과 함께 대출금리 조작 사실이 적발된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각 영업점에서 환급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은 2012년부터 올해 5월까지 개인사업자 대출 200건, 가계대출 34건, 기업대출 18건 등 총 252건에 대출금리를 잘못 적용했다. 금리산정 전산시스템을 통해 산출된 금리가 아닌 최고금리를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급 대상 이자액은 총 1억5800만원이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에도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했다.

씨티은행은 이자액 환급을 모두 마쳤다. 씨티은행은 담보를 누락해 대출이자를 과도하게 산정한 담보부 중소기업대출 27건에 총 1100만원의 이자액을 환급했다.

이들 은행은 점포 직원들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금리 조작을 의심하는 눈초리는 거세지고 있다. 특히 아직 피해 유무를 고지받지 못한 경남은행의 고객들이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익명을 요구한 경남은행의 한 고객은 "내 대출이자에 문제가 없는지 은행에 전화해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죄송하다. 아직 알 수 없다'는 말 뿐이였다"며 "금리를 잘못 적용한 대출이 1만건이 넘는데 단순 실수로 넘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내 대출이자에는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고객의 신뢰를 저버린 은행과 계속 거래를 이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은행 3곳에서 출발한 금리 조작 사태는 은행권 전체로 번지는 중이다. 광주·제주·전북·Sh수협은행은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총 294건, 약 2500만원 규모 대출금리 산정 오류가 나왔다고 최근 금감원에 자진 신고했다. 금감원은 지난 16일부터 Sh수협은행과 대구은행에 검사 인력을 파견해 검사를 진행 중이며 다음 주에는 광주·제주·전북은행을 검사할 계획이다.

추가 피해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 은행권을 향한 불신도 날로 깊어지고 있다. 이달 3일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경남은행과 하나은행, 씨티은행을 사기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은행권 대출금리 조작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에도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금리조작 전 금융권 전수조사를 청원합니다", "고금리대출로 갑질 이자놀이를 한 금융기관들의 적폐청산을 청원합니다" 등 은행권에 깊은 불신을 드러내는 청원들이 게재되고 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