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장수 "두 달 반짝 논의로 최저임금 결정… 제도 개선 시급"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 인터뷰

2천만 근로자 임금 기반인데
30년 된 운영방식 부작용 커

勞使 수시 대화환경 조성
최저임금委 기구도 개편을
“2000만 명 넘는 근로자의 임금 기반이 되는 최저임금을 두어 달 반짝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상시기구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노사가 연중 수시로 만나 논의하고 정보도 공유하면서 신뢰를 쌓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사진)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결정 과정이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에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매년 3월 말 고용노동부 장관의 최저임금 심의 요청을 받고 4~5월 논의를 시작해 두 달여간의 논의만으로 차기연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은 더 이상 곤란하다는 얘기다. 지금의 최저임금 결정 방식은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30년간 변함없이 유지돼왔다. 그는 “최저임금위원회 기구 개편과 제도 개선을 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인상한 8350원(시급)으로 결정했다. 올해 최저임금 논의는 5월17일 신임 위원 위촉과 함께 시작됐다. 하지만 국회에서 산입범위 개편이 이뤄지자 노동계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개점휴업’ 상태였다가 노사가 한자리에 앉은 것은 7월3일 9차 전원회의에서였다. 이후 4일과 5일 전원회의가 열렸으나 10일 회의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안이 부결되자 사용자위원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즉 10.9%의 인상률이 결정되기까지 노사가 함께한 회의는 상견례를 제외하고는 단 세 차례였던 셈이다.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를 공익위원 전원이 묵살한 것과 관련해선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있어야 적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 그게 없었다”고 해명했다. 류 위원장은 “사용자위원들의 제안대로 의류가공·음식·도소매업 등 16개 업종에 시범적으로 차등 적용했다면 노사가 아니라 업종별 사용자 간 큰 난리가 났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하지만 이는 표결에 참여했던 사용자위원들의 주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한 사용자위원은 “9 대 0이라는 결론은 공익위원들이 해당 안건을 검토해볼 만한 가치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필요성이 인정되니 추후 실태조사라도 해보자는 정도의 제안만 있었어도 전면 보이콧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이 주장한 기업 규모별, 즉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차등 적용과 관련해선 현행법의 한계를 거론했다. 최저임금법 4조(결정기준과 구분)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하고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 류 위원장은 “사업의 종류별 구분이 규모의 의미도 포함하는지를 논의했으나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고용부의 판단이었다”며 “추후 5인 미만 사업장에 구분 적용을 하려면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