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잡겠다"… 월마트·MS '의기투합'

MS의 클라우드·AI 기술
온라인 쇼핑 부문에 접목

연내 IT전문가 2000명 채용
아마존 오프라인 확대에 '맞불'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업종은 다르지만 ‘추격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월마트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손잡았다.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지만 아마존의 공세에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월마트와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후발주자로 공격적인 투자에도 큰 차이로 2위에 머물고 있는 MS가 ‘아마존 추격’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월마트는 17일(현지시간) ‘MS 애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쇼핑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절대 강자’ 아마존 잡아라월마트가 MS의 클라우드·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온라인 구매절차를 간소화하고 배송기간을 줄여 아마존을 따라잡기 위해서다. 월마트의 온라인 투자 확대는 아마존이 지난해 6월 유기농식품업체 홀푸드를 인수하면서 오프라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것과 무관치 않다. 월마트가 느끼는 위기감이 클 수밖에 없다.

아마존은 이미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아마존의 점유율은 49.1%에 달한다. 이베이가 6.6%, 월마트는 3.7%로 아마존에 크게 못 미친다.

아마존의 강점은 판매데이터 분석에 있다는 게 정설이다. MS의 클라우드·AI 기술을 앞세워 아마존의 강점을 상쇄하겠다는 것이 월마트의 전략이다. 월마트는 올해 안에 데이터사이언티스트, 엔지니어, 제품관리자 등 2000명 이상의 기술자를 채용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월마트와 MS는 무인 상점인 ‘아마존 고’에 대적하기 위해 무인 계산대 개발을 논의 중이다. 장바구니에 카메라를 탑재해 상품 품목을 인식하는 테스트를 하고 있다. 무인 상점에서도 아마존이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 아마존은 올해 초 첫 매장을 연 데 이어 가을에 두 번째 아마존 고 매장을 시애틀에 개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마존 고는 계산하려고 줄을 설 필요 없이 소비자가 물건을 집어들고 나오면 AI와 센서 등으로 저절로 계산이 되는 무인 상점이다.

월마트는 아마존과 넷플릭스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월마트는 2010년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부두(VUDU)를 인수했다.

◆아마존과 MS의 클라우드 경쟁월마트가 M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택한 것은 압도적 1위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쓰지 않기 위해서다. 월마트는 지난해에도 상품 검색 및 쇼핑 서비스인 구글 익스프레스에 제품을 등록하는 등 아마존과 경쟁 관계인 정보기술(IT) 기업들과의 협업을 늘리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MS로서도 월마트와의 공조를 피할 이유가 없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에드 엔더슨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동하면서 시장점유율 2위인 MS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많은 유통업체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을 견제해야 하는 소매유통업체들로선 아마존 클라우드 이용을 꺼리는 게 당연하다. 지난 1분기 아마존 전체 영업이익의 73%가 아마존웹서비스에서 나왔다.

MS 클라우드 점유율은 아마존에 큰 차이로 뒤진 2위다.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서비스형 인프라(IaaS) 시장에서 아마존웹서비스 점유율이 33%, MS 애저가 13%로 나타났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월마트와 MS라는 두 조직의 폭넓고 깊이 있는 경험과 투자가 만나면 엄청난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