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사업비 확충 없으면 GTX 9개월 지연"… 국토부는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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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에 줄줄이 늦어지는 철도 개통
철도망 우선협상대상자들
정부와 한 차례도 논의못해
공사 진행 중인 시공사들은
비용 보전 원하지만 불확실
국토부 세부지침만 기다려
주민 불편 장기화 가능성
GTX A노선 우선협상대상자인 C사 관계자는 “사업비를 최소 1000억원 이상 증액해 공기를 맞추거나 공사 기간을 9개월 안팎 늘릴 수밖에 없다”며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공기 연장과 공사비 증액이 둘 다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공기연장 협의 시작도 못해
공사 중인 노선은 국토부 눈치보기
공사 중인 사업장들도 개통 지연 가능성이 높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계약업무 처리 지침’을 각 부처와 공공기관에 전달했다. 개정 근로기준법을 시행한 이달 1일 이전 발주한 계약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공사 기간을 연기하거나 준공 지연이 불가피할 경우 늘어난 사업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공사 중인 현장의 시공사들은 국토부가 추가로 세부적인 비용 보전 지침을 마련해주길 원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필요 없다는 의견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국토부 건설정책과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는 기재부 지침에 맞춰 공기와 공사비를 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분당선 연장선(강남역~신사역)을 공사 중인 E사 관계자는 “기재부는 원론적인 언급만 하고 있어 국토부 세부지침이 필요하다”며 “이후에나 예산 및 공사 기간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주당 근무시간과 관련한 기존 계약 해석도 달라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통상 주 6일에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계약을 맺고 있어 주 52시간을 넘는 사업장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상운 대한건설협회 기술정책실부장은 “명시적으로 주당 근무시간까지 계약서에 넣은 사례는 많지 않을 뿐 아니라 대부분 현장에서 공기를 맞추기 위해 주 60시간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건설회사는 주 52시간 근무 체제를 유지하면서 국토부 눈치만 보고 있다. 지하철 5호선 연장(하남선) 공사를 맡은 한 업체 관계자는 “기존 5명이 한 팀을 이뤄 공사하던 협력 업체는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최소 2~3명을 더 고용해야 한다”며 “정부가 실제 사업비를 지원할지, 언제 지원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추가 고용하는 업체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공사를 진행 중인 수도권 철도망은 예외 없이 예산 부족, 난공사 구간 출현, 주민 민원 등의 이유로 공기가 1~3년씩 늘어났다”며 “주 52시간 근무까지 더해져 개통이 더 늦어지면서 주민 불편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길성/서기열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