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산업부 장관 "반도체 초격차 전략, 정부가 지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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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업계에 감도는 위기감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향후 10년, 20년간 국내 반도체 산업이 경쟁 국가들과 ‘초(超)격차’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전략을 위한 반도체산업 발전 대토론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백 장관은 “경쟁국(중국)이 200조원을 투자할 동안 우리 정부가 소홀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며 “기업들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인력 양성을 적극 지원해 우리나라 반도체가 세계 1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정부는 그동안 낙수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반도체 지원 예산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2010년 1000억원이던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 예산은 2016년 0원이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위협이 가시화되던 지난해에 300억원으로 증액됐다. 국내 반도체 소자·장비·소재·부품 관련 기업들 중 지난 5년간 국가의 반도체 R&D 과제에 단 한건도 참여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인 이유다. 인력 부족도 문제다. 2006년 서울대는 97명의 반도체 석·박사 인력을 배출했지만 2016년에는 23명까지 줄어들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중국이 2025년까지 ‘반도체 굴기’를 위해 1조 위안을 투자하고, 반도체 및 장비·소재·부품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황”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회사를 적극적으로 인수할 경우 빠른 속도로 한국의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년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장 증설과 중국 업체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겹치면서 2020년부터는 공급과잉이 예상된다. 박 학회장은 “가격이 하락해도 중국 업체는 손해보지 않는다”며 “중국 정부가 보조금으로 자국 업체를 지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러한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반도체 산업의 현실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무 출신인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삼성이 25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1등을 해왔는데, 정치인들은 반도체에 큰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세계 최고 기업인데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이렇게 성장한 것은 기업들이 R&D와 인재 양성에 그만큼 많은 투자를 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 반도체의 설계팀에서 일할 때 가장 답답했던 것은 국내에선 세계 최초 기술을 검증해줄 팀을 찾기 힘들었다는 것”이라며 “기술 검증을 위해 해외 인력을 채용하는 게 저의 일이었고, 지금은 같이 일했던 해외파 동료들이 모두 중국으로 떠났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한 반도체 산업의 국산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부는 2022년까지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30%로, 소재 국산화율은 70%로 높이는 ‘반도체 산업 발전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로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업계 육성을 위해 개발 단계에서부터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를 구축해 달라고 제안했다.박 학회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업체의 공정 기술을 투입해 함께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회사를 육성할 수 있는 1차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며 “국내 업체간 협업해야 해외로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전략을 위한 반도체산업 발전 대토론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백 장관은 “경쟁국(중국)이 200조원을 투자할 동안 우리 정부가 소홀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며 “기업들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인력 양성을 적극 지원해 우리나라 반도체가 세계 1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정부는 그동안 낙수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반도체 지원 예산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2010년 1000억원이던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 예산은 2016년 0원이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위협이 가시화되던 지난해에 300억원으로 증액됐다. 국내 반도체 소자·장비·소재·부품 관련 기업들 중 지난 5년간 국가의 반도체 R&D 과제에 단 한건도 참여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인 이유다. 인력 부족도 문제다. 2006년 서울대는 97명의 반도체 석·박사 인력을 배출했지만 2016년에는 23명까지 줄어들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중국이 2025년까지 ‘반도체 굴기’를 위해 1조 위안을 투자하고, 반도체 및 장비·소재·부품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황”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회사를 적극적으로 인수할 경우 빠른 속도로 한국의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년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장 증설과 중국 업체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겹치면서 2020년부터는 공급과잉이 예상된다. 박 학회장은 “가격이 하락해도 중국 업체는 손해보지 않는다”며 “중국 정부가 보조금으로 자국 업체를 지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러한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반도체 산업의 현실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무 출신인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삼성이 25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1등을 해왔는데, 정치인들은 반도체에 큰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세계 최고 기업인데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이렇게 성장한 것은 기업들이 R&D와 인재 양성에 그만큼 많은 투자를 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 반도체의 설계팀에서 일할 때 가장 답답했던 것은 국내에선 세계 최초 기술을 검증해줄 팀을 찾기 힘들었다는 것”이라며 “기술 검증을 위해 해외 인력을 채용하는 게 저의 일이었고, 지금은 같이 일했던 해외파 동료들이 모두 중국으로 떠났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한 반도체 산업의 국산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부는 2022년까지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30%로, 소재 국산화율은 70%로 높이는 ‘반도체 산업 발전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로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업계 육성을 위해 개발 단계에서부터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를 구축해 달라고 제안했다.박 학회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업체의 공정 기술을 투입해 함께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회사를 육성할 수 있는 1차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며 “국내 업체간 협업해야 해외로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