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삼시세끼'… 올여름 휴가 농·어촌으로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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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농촌민박 아닌 관광상품 된 '팜스테이'휴가를 해외에서 보내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여행객은 2649만 명으로 2016년 2238만 명에 비해 18% 증가했다. 해외 여행객은 2009년 이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은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겠다는 사람이 해외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보다 많다. 교육 서비스 기업인 휴넷이 지난 15일 직장인 11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여름 휴가지로 국내를 생각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63.5%였다. 해외라고 응답한 비율은 25.3%였다.
낮엔 직접 캔 나물로 시골밥상…밤엔 바비큐
농촌·전통 문화 체험 등 여름 휴가로 제격
최근 국내 여름 휴가지로 주목받는 곳이 팜스테이 마을이다. 팜스테이는 말 그대로 농장(farm)에서 머무는(stay) 것을 의미한다. 농가에서 휴식을 취하며 농산물 수확도 하고 향토음식도 만들 수 있다. 개울이나 강에서 물놀이와 레포츠를 즐길 수도 있다.◆단순 민박이 아니다
팜스테이는 도시와 농촌이 함께하는 ‘도농상생’을 위해 농협이 1999년 처음 시작했다. 도시민에게 저렴한 휴가지를 제공하고, 농가에는 부가 소득을 올릴 기반을 마련해주자는 취지다. 정부도 팜스테이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 등은 여름휴가를 농촌으로 떠나자는 캠페인을 매년 벌이고 있다.
팜스테이 마을로 선정되려면 마을 주민 과반수가 동의하고 농가 10가구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친환경 농법을 통해 우수 농산물을 재배하는 마을이어야 하고 방문객을 맞을 수 있는 각종 편의시설과 농촌·농업 체험 프로그램도 갖춰야 한다. 농협은 높은 수준의 팜스테이를 유지하기 위해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2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르면서 팜스테이는 단순한 농촌 민박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갖춘 관광 상품으로 진화했다. 힐링, 풍류, 역사 등 관광 목적도 세분화하고 있다.
일정은 대략 이렇다. 마을에 도착해 아이들과 농기계 마차를 타고 농촌마을을 돌아본 뒤 옥수수와 산나물을 수확한다. 가족들은 손수 채취한 나물로 만든 반찬이 올라온 시골밥상을 마주하고는 신기해 한다. 배불리 점심식사를 마친 뒤 계곡으로 물놀이를 간다. 페트병과 된장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아보고, 대나무물총을 만들어 물총 놀이도 해본다. 아빠가 어릴 적 한 놀이 그대로다. 저녁에는 지역 특산물과 삼겹살을 화로에 구워 먹은 뒤 잊지 못할 캠프파이어를 한다. 유명 휴가지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살뜰한 추억들이다.◆다양한 체험 프로그램팜스테이에서 도시민들은 계절별로, 취향에 따라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영농체험은 계절에 따라 모내기, 벼 베기, 과일 따기, 고구마·감자 캐기 등 다양하다.
향토음식 체험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마을에서 재배한 유기농 채소로 시골밥상을 차린다. 처음엔 상차림 정도에 그쳤지만, 지금은 마을에서 재배한 콩으로 전통 두부를 만들기도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즈 피자 아이스크림을 만들기도 한다. 농촌문화 체험은 도시에서 접하기 어려운 경험이다. 마을마다 특색에 맞게 물고기 잡기, 물놀이, 곤충 채집, 국궁, 래프팅 등 차별화된 즐길거리를 갖추고 있다.
팜스테이 마을들은 배산임수 지형에 들어서 산과 계곡을 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나무와 박, 짚으로 생활용품을 만드는 전통공예나 마을 농악대, 사물놀이 등 전통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예약하고 떠나세요
숙박시설은 깨끗하고 저렴한 편이다. 유명 관광지 호텔의 비싼 숙박비나 성수기 펜션의 ‘바가지 요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교통체증이나 인파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황토 온돌로 이뤄진 민박집부터 새로 지은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 한옥 등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춘 팜스테이 마을이 적지 않다.
수영장과 같은 휴양지 시설을 갖춘 팜스테이도 늘고 있다. 예약은 필수다. 농협 팜스테이 홈페이지(www.farmstay.co.kr)에서 팜스테이 위치와 특성, 체험 프로그램 등을 확인해 가고 싶은 마을을 고를 수 있다. 팜스테이 마을은 다양하고 전국에 퍼져 있는 만큼 산과 들, 강, 호수 등 자연 테마와 체험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