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일이 많아서 바쁘다고?… '단순화'하면 달라진다

심플, 강력한 승리의 전략

리사 보델 지음 / 박영준 옮김
와이즈맵 / 354쪽│1만6000원
1주일에 자신의 핵심 업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미국의 조직분석 전문기업 볼로메트릭스와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가 19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작 11시간이었다. 불필요한 회의로 흘려보내는 시간이 8시간, 직무와 상관없는 이메일을 읽고 답하는 데도 4시간가량을 썼다.

미어터질 듯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 10시간 넘게 일하고 돌아온 당신, 아이를 재우고 다시 컴퓨터를 켜는 당신, 그럼에도 잠자리에 누울 때는 ‘아무것도 못했다’는 허탈감에 빠지는 당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지만 수시로 무기력을 느끼는 당신의 이야기다. 개인의 생산성과 창의성은 활력을 잃고 기업 혁신과 경쟁력도 추락한다. 신간 《심플, 강력한 승리의 전략》은 우리가 쓸데없이 바쁜 이유를 ‘복잡성’에서 찾는다. 저자는 미래학자이자 컨설팅기업 퓨처싱크의 최고경영자(CEO)다. 단순화를 키워드로 한 혁신 프로그램을 운영해 의미있는 성과를 이끌어낸 경험을 기반으로 피부에 와닿는 조언을 한다.저자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복잡한 일을 더 가치있게 생각한다”고 지적하면서 “단순화는 특정한 행위가 아니라 사고방식”이라고 강조한다. 문제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해법도 제시한다. 신사업을 위한 전략회의, 인사고과를 위한 자료 작성, 데이터 구축보다는 물리적으로 휴식 공간을 조성하고 메일 등 업무처리 과정 줄이기 같은 단순한 조치가 효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회사의 조직을 이해하는 데 다섯 장 넘는 슬라이드가 필요하다면 조직 체계가 지나치게 방대하다는 의미다. 조직도는 한 장이면 된다. 신입직원 교육 시간을 줄이는 대신 근무하면서 실행 가능한 주문형 교육을 하고 “좋은 아이디어 있는 사람 없나요” 같은 지루한 질문을 하기보다는 엉뚱한 사고방식을 지닌 직원을 찾아서 얘기를 들으라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조직이 아닌 개인의 영역에서는 회의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서서 회의를 한다거나 메일 참조인 수를 세 명으로 제한하고 파워포인트 없이 프레젠테이션하는 것 등도 ‘단순화’를 실천하는 비결이다. 책 뒷부분에 ‘부록’으로 실린 ‘단순화를 위한 50가지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의 현 상황을 점검해볼 수도 있다.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은 “확고하고 강인한 정신력을 지닌 사람이야말로 가장 단순하게 살아간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주 52시간 근무 시대. ‘중요한 일에 어떻게 집중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졌다. 성과는 줄어드는 가운데 마음만 조급해지는 조직의 리더와 구성원 모두에게 힌트를 주는 책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