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 카누스티 골프장서 어느 ★이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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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픈챔피언십 개막해마다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디오픈(브리티시오픈)이 열릴 때쯤이면 참가 선수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대회를 주최하는 영국 로열앤드에인션트골프클럽(R&A)이 워낙 까다로운 코스를 들고나와서다. 정교한 코스 전략을 짜지 않으면 평소 잘 치는 선수도 오버파로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깜짝 우승자가 나오는 사례도 심심찮다.
거북등처럼 딱딱한 그린
돌바닥 같은 페어웨이
'항아리 벙커'도 곳곳에
가늘고 마른 '잔인한 러프'
선수들 "종잡을 수 없어"
우즈 "長打보다는 正打"
2번 아이언 티샷 '승부수'
제147회 디오픈챔피언십 대회장인 스코틀랜드 카누스티 골프 링크스는 디오픈 개최지 중에서도 종잡을 수 없는 코스로 유명하다. 19일 1라운드의 문을 연 카누스티 골프장은 1968년 이후 네 번의 디오픈을 열었는데 그중 두 번은 언더파 스코어의 우승자를, 나머지 두 번은 오버파 스코어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1975년 톰 왓슨(미국)은 9언더파로 우승했고 1999년 폴 로리(스코틀랜드)는 6오버파를 치고도 정상에 설 수 있었다.‘구워진’ 딱딱한 그린
올해 카누스티 골프장은 또 한 번 변신했다. 대회를 앞두고 푸른색이어야 할 그린 주변은 갈색에 가깝다. 영국 현지 언론은 카누스티가 “구워졌다(baked)”고 표현했다.
보기만 해도 ‘딱딱한’ 그린에 선수들은 첫날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공략 지점마다 하필 벙커가 입을 벌리고 조금만 페어웨이를 벗어나도 파와는 거리가 멀어졌다.2007년 이곳에서 열린 디오픈에서 우승한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은 “이 골프장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 어떤 위대한 작전도 실수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어느 정도 모험을 항상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누스티 골프장을 수차례 경험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세계 골프장을 통틀어서 벙커가 가장 적절한 곳에 있는 골프장이 카누스티”라고 말했다.
러프도 지난 대회와 180도 달라졌다. 건조하고 가늘게 자란 러프는 공을 지면에서 떠오르게 해 정확한 임팩트를 방해한다. 1999년과 2007년 이곳에서 열린 디오픈에 참가했던 필 미컬슨(미국)은 “내가 알던 두껍고 무거운 러프는 사라졌다. 완전히 다른 코스 같다”며 “러프에 공이 빠지면 공을 컨트롤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돌처럼 단단한 페어웨이도 변수다. 앞서 열린 연습라운드에서 선수들이 드라이버를 잡으면 400야드를 훌쩍 넘기기 일쑤였다. 런(공이 떨어진 뒤 구르는 것)이 워낙 많아 공이 어느 지점에서 멈춰설지 예상하기 힘들다.
메이저대회 통산 15승이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80승에 도전하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앞서 열린 연습라운드에서 3번 아이언을 들고 333야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드라이버를 거의 잡지 않고 로프트 각을 17도로 조정한 2번 아이언을 티샷에 사용할 계획이다. 장타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 이번 대회에서 우즈는 내심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
우즈는 “링크스 코스에선 비거리 걱정을 안 해도 된다”며 “디오픈은 내가 메이저 우승을 추가할 좋은 조건을 갖춘 대회”라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248야드 파3 16번홀, 마의 18번홀
카누스티의 시그니처 홀로는 16번홀(파3)과 18번홀(파3)을 빼놓을 수 없다. 왓슨은 1975년 디오픈 우승 당시 16번홀에서 연장전을 포함해 다섯 번이나 기회가 있었지만 한 번도 파를 잡지 못했다. 카누스티 골프장에서 가장 최근에 열린 2007년 디오픈에선 19개의 버디가 나왔을 뿐이다. 이 홀의 전장은 248야드에 달하고 링크스 코스의 단골손님 ‘해풍’이 공의 비행을 방해한다. 2011년 디오픈 우승자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는 카누스티의 16번홀을 두고 “정말 잔인하다. 다른 단어로는 표현할 길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장(Jean)의 자멸’이 나온 18번홀도 승부처다. 장 방 드 벨데(프랑스)는 1999년 열린 이 대회에서 18번홀을 앞두고 3타 차로 앞서다가 이 홀에서 3타를 잃었다. 18번홀은 코스를 ‘S’자로 가로지르는 개울이 있어 거리 조절에 실패하면 언제든 공을 삼킬 수 있다. 그는 결국 로리와 연장전으로 끌려갔고 ‘메이저대회 역대 최고의 역전극’의 조연이 되며 고개를 숙였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