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상반기 대표 로또 아파트, 739가구 '무더기 증여'된 까닭

디에이치자이 개포, 일반분양 당첨자 절반 가량 증여
"명의 분산 양도·종부세 아낄 수 있어"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 마련된 '디에이치 자이 개포' 모델하우스에 몰린 방문객들. 한경DB
올해 상반기 '로또 아파트' 열풍을 일으켰던 서울 개포동 디에이치자이개포(개포8단지 재건축)에서 ‘무더기 증여’가 발견됐다. 지난달에 일반 분양분의 절반에 가까운 가구들에서 이뤄졌다. 양도소득세 보유세 등을 확 낮추기 위해 부부간 증여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계약자 80% 부부 공동 명의로 전환할 것” 20일 한국감정원과 강남구청에 따르면 이 단지 분양 당첨자 739명이 지난달 한꺼번에 분양권을 명의변경했다. 일반분양 물량(1690가구) 중 약 43.7%에 달한다. 명의변경을 한 계약자는 대부분 부부 간 증여를 통해 당첨 가구를 당첨자 1명 명의에서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권은 구청의 검인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동의를 거쳐 명의를 변경할 수 있다. 명의변경을 하려는 사람이 많아 이 단지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잠정 폐쇄 상태였던 서울 양재동 모델하우스를 지난달 11~14일 다시 열어 한꺼번에 명의변경 신청을 받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난 14일 이후에도 명의변경을 원하는 계약자 요청이 많이 들어온 상태라 줄잡아 전체 계약자의 약 80%는 명의변경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도세·종부세 절세 가능
당첨자들이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대거 명의변경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하면 주택 등기 후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종부세는 가구가 아니라 개인별로 과세하기 때문이다. 분양가가 12억5000만~14억3000만원인 전용면적 84㎡ 당첨자가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할 경우, 50%씩 지분을 가진다면 각각 6억2500만~7억1500만원 가량의 주택 지분을 갖게 된다. 이 경우 각각 1주택 보유자라면 종부세를 아예 피할 수도 있다. 각자 공시가격 6억원까지는 종부세가 과세되지 않기 때문이다. 종부세 기준인 공시가격은 통상 시가의 60% 수준이므로 과세 범위에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공동명의를 통해 양도세도 줄일 수 있다. 디에이치자이개포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해 인근 단지 시세보다 5억~6억원가량 싸게 분양됐다. 입주 후 매도 시점에 시세차익이 6억원일 경우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하면 각각 3억원에 대해서만 양도세가 과세된다. 양도세는 차익이 클수록 누진되므로 차익을 나누면 절세 효과가 크다.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분양가 14억원인 이 단지 가구 하나만 보유한 당첨자가 단독 명의 상태에서 2년 거주후 매도할 경우 취득세 등 필요경비를 제외하고 총 1억498만원 가량 양도세를 내게 된다. 반면 부부 공동명의로 바꾼 상태에서 팔면 양도세가 8256만원으로 줄어든다. 약 2200만원 가량 차이다.

이 단지가 오는 9월 중도금 납부를 시작한다는 점도 명의변경이 한꺼번에 몰린 이유다. 증여세를 낮출 수 있어서다. 공동명의 전환은 일종의 증여로 분류돼 증여세 부담이 따른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납부한 중도금 액수가 많을수록 증여한 부동산 취득권 가치가 높아 증여세가 오를 수 있다”며 “분양가의 10%인 계약금만 낸 경우 명의전환 시 증여세가 아예 없거나 증여세액이 낮을 전망이라 당첨자들이 서둘러 증여에 나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부공동명의, 신규 매수에 유리…기존 아파트는 주의해야분양권이나 신규 매수 주택에 대해선 공동명의가 절세 방안이 될 수 있다. 부부 공동명의 전환을 고려한다면 분양권 계약 후 중도금 납부 전 상태에서 증여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만약 계약금과 중도금을 대부분 납부한 뒤 공동명의로 전환한다면 납부금액의 절반 만큼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받을 수 있다.

유의할 점도 있다. 부부간 증여는 10년간 공시가격 6억원까지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우 세무팀장은 “계약금만 납부한 뒤 공동명의 전환을 할 경우 남은 중도금 납부 의무가 남편과 아내 각각에 돌아가게 된다”며 “각자 잔금을 낼 수 있을 만큼의 자금 여력이 있고, 자금출처를 소명할 수 있는 경우 명의 전환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에 보유 중인 아파트를 공동명의로 전환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기존에 보유한 주택이라도 공동명의로 전환한다면 취득세를 새로 내야 한다. 증여세 부담도 따른다. 공동명의 전환일로부터 장기보유 특별공제기간을 다시 산정하므로 단기간 내 집을 팔 경우엔 양도차익에 대한 세액 감면 혜택이 줄 수도 있다. 원종훈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은 “종부세를 줄일 목적으로 공동명의로 변경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공동명의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세무적 이익보다 취득세와 증여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