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8월 초 베이다이허 회의… '무역전쟁·시진핑 노선' 쟁점

시진핑 대신 왕후닝이 '희생양'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와
"시진핑 노선에 비판 의견 많지만, 시 권력 뒤흔들 정도는 아냐"
중국 지도부의 비밀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오는 8월 초 열려 무역전쟁 등을 핵심 의제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빈과일보가 20일 보도했다.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의 전·현직 수뇌부들이 7월 말∼8월 초 휴가를 겸해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 떨어진 허베이(河北) 성 친황다오(秦皇島)의 베이다이허라는 휴양지에 모여 국정을 논의하는 비공식 회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를 방문하는 10여 일간의 해외 순방에 나선 만큼, 베이다이허 회의는 그가 귀국한 후인 8월 초부터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로 중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에서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의 핵심 의제는 단연 미·중 무역전쟁이 될 전망이다.이는 시 주석의 정책 노선에 대한 당내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임 지도자들이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키우자는 '도광양회'(韜光韜晦) 전략을 채택한 것과 달리, 시 주석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뜻하는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우며 미국에 대한 강경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이러한 시 주석의 노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감을 불러 무역전쟁을 초래했다는 시각이 많은 만큼, 그의 정책 노선에 대한 열띤 논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 부편집장을 지낸 덩위원(鄧聿文)은 "무역전쟁이 불러온 이슈들이 핵심 의제가 될 수 있다"며 "국내 정치, 외교 정책, 통치 방식 등이 논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역전쟁은 중국 지도부에 기존 전략을 재검토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어 베이다이허 회의 후 주요 전략의 조정이 따를 수 있다"며 "상황 전개에 따라 당내 의견도 갈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분란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시 주석의 권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온갖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그중 하나는 대외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시 주석의 최측근인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 당 중앙서기처 서기가 '희생양'이 돼 물러나고, 딩쉐샹(丁薛祥) 당 중앙판공청 주임이 그의 직무를 대신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자오커즈(趙克志)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 등 시 주석의 측근들이 최근 당 간부들의 '충성 맹세'를 주도한 것은 역설적으로 시 주석의 권력이 그만큼 흔들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온갖 소문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의 권력이 무너질 정도로 반대 세력이 힘을 얻기는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시 주석이 군부에 확고한 세력 기반을 구축했지만, 그의 반대 세력인 공산주의청년단이나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 자제 그룹) 등은 군부를 장악하지 못해 반(反)시진핑 세력 결집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사 평론가 린허리(林和立)는 "시진핑이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전략을 버리고 강경 민족주의 정책을 펴 전 세계의 적이 된 만큼 그에 대한 비판과 압력은 당연히 생겨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이러한 반발이 시진핑의 실각을 불러올 정도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치학자인 룽젠(榮劍)은 "중난하이(中南海·베이징 관청가)에서 정변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은 말도 안 되지만, 시진핑에 대한 개인숭배가 위기를 불러온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시진핑이 '총과 붓'(군부와 선전 부문)을 장악한 채 핵심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당심(黨心)과 민심을 얻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위기는 재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