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 근무제가 바꾼 풍경…도시락·숙취해소제·호텔패키지 잘 팔린다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첫 화요일인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거리에서 직장인들이 퇴근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월부터 시행된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로 직장인들의 점심, 저녁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주어진 일을 제 시간에 마쳐야 하다보니 도시락, 샌드위치 등으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저녁은 가족 및 지인들과 함께 보내는 것이다.20일 GS25 편의점이 이달 초부터 현재까지 선릉, 역삼, 을지로, 여의도 등 주요 오피스 상권 점포 10곳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오전 11시~오후 1시 도시락 매출이 52시간 근무제 시행 전보다 27.6% 증가했다.

도시락 외에 조리면과 샌드위치도 각각 31.4%와 22.9% 판매가 늘었다. 전통적인 점심 인기메뉴인 김밥과 용기라면 판매도 각각 19.6%와 18.7% 증가했다.

CU편의점도 지난 2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중구, 종로구, 강남구 등 오피스 밀집 지역 상권의 점포 50곳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도시락 판매가 28.5% 늘었다.이밖에 빵(21.1%), 라면(33.3%), 커피음료(21.9%), 샌드위치(24.0%) 등 간단히 한 끼 식사와 곁들일 수 있는 품목들도 매출 증가율이 높았다.

프리미엄 샌드위치도 인기를 끌었다. 써브웨이가 여의도, 을지로 두 곳의 매장에서 매출을 분석한 결과 52시간 근무제 이전 2주보다 시행 이후 2주 점심시간 매출이 2% 늘었다.

GS25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업무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회사가 늘어나면서 점심식사를 간소하게 하는 회사원들이 늘어난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며 "찜통더위까지 이어지다보니 멀리 있는 식당보다 근거리에 있는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봤다.퇴근 후 저녁 시간에는 음주를 즐기거나 가족들과 호텔에서 휴일을 즐기려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CU편의점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숙취해소음료의 매출 증가율이 직전달보다 16.1% 뛰었다. 보통 연말 연초 매출 증가율이 높은 숙취해소음료가 여름철 매출이 갑자기 늘어난 건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CU편의점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평일 개인적인 모임이나 술자리가 늘어나면서 숙취해소제에 대한 수요가 반짝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호텔 예약도 증가했다. 더 플라자 호텔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 시행 이후 호텔 주말 예약률이 그 이전보다 20% 늘었다. 더 플라자 호텔 관계자는 "직장인들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주말 근무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봤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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