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동맥 질환, 폐경 여성이 더 위험… 영양제보단 과일·채소 잘 챙겨 먹어야"

서울대병원과 함께하는 건강백세

한정규 순환기내과 교수
“기온이 점차 올라가는 여름에도 협심증 등 관상동맥질환으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가 늘어납니다. 예방을 위해 고혈압, 고지혈증을 관리하고 금연해야 합니다. 체중도 빼야 합니다.”

한정규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사진)는 “2012년 국내 사망률 원인 통계에서 심장질환이 뇌혈관 질환을 앞지른 뒤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며 “동맥경화로 심장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관상동맥 질환을 주로 치료하는 의사다. 가는 관을 넣어 막힌 혈관을 뚫는 스탠트 시술, 심장 판막 이상 환자에게 가는 관을 이용해 대동맥 판막을 이식하는 타비(TAVI) 시술 등을 많이 한다. 관상동맥 질환은 동맥경화 때문에 혈관이 좁아지면서 생긴다. 심장 혈관이 좁아져 산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운동할 때 흉통을 호소하는 협심증이 대표적이다. 이 중 일부는 심장 조직이 죽는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심근경색은 잘 치료하더라도 평균 사망률이 7% 정도로 생명을 위협한다.

관상동맥 질환은 나이가 들수록 위험이 높아진다. 1500여 년 전 사망한 미라에게서도 40~50대 동맥경화 흔적이 발견됐을 정도로 나이 들면 생기는 병이다. 흔히 남성 환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폐경 이후에는 여성이 더 위험하다. 하지만 이는 조절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당뇨 환자도 관상동맥 질환 위험이 높지만 혈당 조절이 관상동맥 질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남은 위험인자는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비만이다. 혈압은 정상 수치보다 낮아지면 건강에 문제가 된다. 나쁜 콜레스테롤은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 한 교수는 “유전자는 바뀌지 않았는데 식습관이 많이 바뀌면서 콜레스테롤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은 스타틴처럼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약을 먹어야 한다. 오메가3, 비타민C 등이 들어 있는 영양제를 먹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일, 채소, 등푸른 채소 등을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나쁜 콜레스테롤 때문에 피가 끈적해지고 핏속을 돌아다니던 피떡이 혈관에 쌓여 좁아지거나 막히면 혈액이 잘 돌지 않는다. 가슴통증과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으면 스탠트 시술을 받아야 한다. 이전에는 혈관이 70% 이상 좁아지면 스탠트를 넣었지만 지금은 위치나 증상에 따라 다르게 판단한다. 2~3년 전 녹아 없어지는 스탠트도 나왔지만 지금은 치료에 거의 쓰이지 않는다. 스탠트는 허벅지 쪽 동맥(대퇴동맥)이나 팔목 쪽 동맥(요골동맥)을 이용해 시술한다.

예전에는 스탠트 시술을 해도 30~40% 정도는 다시 혈관이 막혔다. 하지만 약물을 뿜어내는 약물 용출형 스탠트가 나오면서 이 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최근에 쓰이는 스탠트는 재발 비율이 5% 미만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이들도 반드시 아스피린 플라빅스 등 피를 묽게 하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종종 이 같은 약을 복용하는 환자 중에는 수술을 앞두고 함부로 약을 끊기도 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삼가야 한다. 한 교수는 “항혈소판제를 끊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