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국정원 특활비 뇌물 '3연타 무죄'…MB 재판에도 영향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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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국정원장들·문고리 3인방 재판에 이어 3번째 무죄
법원 "대가성 인정 어려워…국정원장·대통령, 예산 지원으로 인식"
검찰 반발…"나랏돈 횡령해서 주면 뇌물 죄질 더 나빠지는 것"법원이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지원한 특수활동비가 뇌물이라는 검찰 주장이 세 번째 깨졌다.특활비 지원은 박근혜 정부 이전인 이명박 정부 때에도 이뤄진 일이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 재판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선고공판에서 국정원의 특활비 지원이 예산을 전용한 것은 맞지만, 뇌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박 전 대통령의 비서관들 재판에서 법원이 내린 판단과 같다.법원이 특활비를 뇌물로 보지 않은 핵심 이유는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 판례 등에 따르면 공무원이 받은 금품이 직무와 관련한 부당한 대가인지 따지려면 해당 공무원의 직무 내용, 금품을 준 사람과의 관계, 금품이 오간 당사자의 의사 등을 두루 살펴야 한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인 데다 원장이나 차장 등 주요 간부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관계가 업무상 밀접하다는 점은 인정했다.다만 이런 사정만으로는 국정원장이 특활비를 지원했다고 곧바로 뇌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금품의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정원 자금의 특수활동비로서의 특성, 대통령과 국정원의 긴밀한 업무관계 등을 종합하면 이전에도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국정원 자금을 전달하는 관행이나 사례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이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전달 지시나 요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재판부는 국정원장들도 대통령의 요구나 지시에 따라 청와대에 예산을 지원한다는 의사로 특활비를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예산 지원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설명이다.재판부는 특활비가 전달된 방법이나 액수 등을 살펴보더라도 통상의 뇌물 사건과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국정원장들이 특활비를 한꺼번에 지급하지 않고 매달 5천만원이나 1억원씩 장기간에 걸쳐 정기적으로 지급한 것은 '비밀'이 생명인 뇌물 범행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장들 입장에서는 특활비 지원으로 얻을 이익도 특별히 없어 보인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대통령 지시를 받는 국정원장이 원장의 직무수행이나 국정원 현안에서 각종 편의를 기대한다는 건 다소 막연하거나 추상적이라고 봤다.
특활비 지급 과정에서 국정원 업무와 관련해 실제로 대통령 도움이나 지원이 필요한 현안이 있었다고 볼 자료도 부족하다고 봤다.
검찰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이나 'NLL 대화록 공개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등 국정원과 관련된 현안들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현안들은 단지 국정원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이슈여서 '대가성'을 따지기가 모호하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재판부는 국정원장들이 인사에서 도움을 기대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증거들에 의하면 원장들이 특활비를 정기적으로 건넸는데도, 사실상 일방적으로 사임을 통보받거나 청와대와 마찰을 빚은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 일부를 사저 관리비나 의상실 비용 등 사적 용도로 썼지만, 이것이 곧바로 뇌물죄 인정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처음부터 사적 용도로 사용할 의사로 특활비를 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게 이유다.
검찰은 법원의 이런 판단에 즉각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1심 선고의 논리는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는 하위 공무원이 상급자에게 나랏돈을 횡령해 돈을 주면 뇌물이 아니라는 것으로,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며 "나랏돈을 횡령해 돈을 주면 뇌물 죄질이 더 나빠지는 것이지 뇌물로서의 본질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이날 선고 결과에 항소할 뜻을 밝혀 특활비의 대가성 판단은 항소심에서 다시 다퉈질 것으로 보인다.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뇌물' 혐의가 무죄로 판단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사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원세훈·김성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약 7억원의 특활비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관여한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은 금품 전달 방조범으로 기소됐다.전달 방식이나 용처 등 구체적인 사안은 다르지만, 국정원이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특활비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사건의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이번 판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연합뉴스
법원 "대가성 인정 어려워…국정원장·대통령, 예산 지원으로 인식"
검찰 반발…"나랏돈 횡령해서 주면 뇌물 죄질 더 나빠지는 것"법원이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지원한 특수활동비가 뇌물이라는 검찰 주장이 세 번째 깨졌다.특활비 지원은 박근혜 정부 이전인 이명박 정부 때에도 이뤄진 일이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 재판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선고공판에서 국정원의 특활비 지원이 예산을 전용한 것은 맞지만, 뇌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박 전 대통령의 비서관들 재판에서 법원이 내린 판단과 같다.법원이 특활비를 뇌물로 보지 않은 핵심 이유는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 판례 등에 따르면 공무원이 받은 금품이 직무와 관련한 부당한 대가인지 따지려면 해당 공무원의 직무 내용, 금품을 준 사람과의 관계, 금품이 오간 당사자의 의사 등을 두루 살펴야 한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인 데다 원장이나 차장 등 주요 간부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관계가 업무상 밀접하다는 점은 인정했다.다만 이런 사정만으로는 국정원장이 특활비를 지원했다고 곧바로 뇌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금품의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정원 자금의 특수활동비로서의 특성, 대통령과 국정원의 긴밀한 업무관계 등을 종합하면 이전에도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국정원 자금을 전달하는 관행이나 사례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이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전달 지시나 요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재판부는 국정원장들도 대통령의 요구나 지시에 따라 청와대에 예산을 지원한다는 의사로 특활비를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예산 지원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설명이다.재판부는 특활비가 전달된 방법이나 액수 등을 살펴보더라도 통상의 뇌물 사건과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국정원장들이 특활비를 한꺼번에 지급하지 않고 매달 5천만원이나 1억원씩 장기간에 걸쳐 정기적으로 지급한 것은 '비밀'이 생명인 뇌물 범행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장들 입장에서는 특활비 지원으로 얻을 이익도 특별히 없어 보인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대통령 지시를 받는 국정원장이 원장의 직무수행이나 국정원 현안에서 각종 편의를 기대한다는 건 다소 막연하거나 추상적이라고 봤다.
특활비 지급 과정에서 국정원 업무와 관련해 실제로 대통령 도움이나 지원이 필요한 현안이 있었다고 볼 자료도 부족하다고 봤다.
검찰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이나 'NLL 대화록 공개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등 국정원과 관련된 현안들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현안들은 단지 국정원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이슈여서 '대가성'을 따지기가 모호하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재판부는 국정원장들이 인사에서 도움을 기대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증거들에 의하면 원장들이 특활비를 정기적으로 건넸는데도, 사실상 일방적으로 사임을 통보받거나 청와대와 마찰을 빚은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 일부를 사저 관리비나 의상실 비용 등 사적 용도로 썼지만, 이것이 곧바로 뇌물죄 인정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처음부터 사적 용도로 사용할 의사로 특활비를 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게 이유다.
검찰은 법원의 이런 판단에 즉각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1심 선고의 논리는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는 하위 공무원이 상급자에게 나랏돈을 횡령해 돈을 주면 뇌물이 아니라는 것으로,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며 "나랏돈을 횡령해 돈을 주면 뇌물 죄질이 더 나빠지는 것이지 뇌물로서의 본질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이날 선고 결과에 항소할 뜻을 밝혀 특활비의 대가성 판단은 항소심에서 다시 다퉈질 것으로 보인다.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뇌물' 혐의가 무죄로 판단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사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원세훈·김성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약 7억원의 특활비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관여한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은 금품 전달 방조범으로 기소됐다.전달 방식이나 용처 등 구체적인 사안은 다르지만, 국정원이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특활비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사건의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이번 판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