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붙인 검은테이프 뭐야!… 우즈, 부상 아니지?
입력
수정
지면A29
"테이프·붕대 달고 산지 몇년“이번엔 또 목이야?”
뻣뻣한 목 풀려고 붙였는데
이번엔 겉으로 드러났을 뿐"
우즈, 팬들 부상 우려 일축
'KT테이프' 회사에 전화 쇄도
우즈, 2R서 이븐파 '순항'
세계랭킹 1, 2위 존슨·토머스
6오버·4오버파로 최하위권
지난 19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디오픈’ 중계를 보던 골프팬들은 화들짝 놀랐다. 2015년 이후 3년 만에 출전한 타이거 우즈(43·미국)의 목덜미를 보고서다. 하늘색 조끼 위로 삐져나온 검은색 테이프가 우즈의 굳은 표정과 겹쳐지며 묘한 불안감을 낳았다. 부상 악령을 떨쳐내고 가까스로 투어에 복귀한 지 1년도 안돼 다시 부상이 도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삽시간에 퍼졌다. 이날 트위터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저 검은 테이프의 정체가 뭐냐?”는 근심 섞인 궁금증이 잇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우즈는 ‘종합병동’으로 불릴 만큼 부상이 잦았다. 잊을 만하면 몸 어딘가가 다시 고장 나기를 반복해 팬들의 애간장을 녹였다.“스포츠 테이핑?”… 팬들 놀란 가슴 쓸어내
2002년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작한 우즈의 부상 편력은 아킬레스건, 손목, 팔꿈치 등을 섭렵하며 지난해 네 번째 허리 수술까지 열 차례나 이어졌다. 2016년, 2017년은 통째로 투어를 건너뛰다시피 했다. 다시 어딘가가 망가지면 더 이상의 희망은 없을 것이란 아슬아슬함이 상존했다.검은 테이프는 ‘KT(kinesiology therapeutic) 테이프’라는 스포츠 테이핑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농구와 배구, 테니스, 사이클 등 운동량이 많은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근육 통증 완화나 재활 교정에 많이 사용하는 스포츠용품. 우즈는 “테이프를 붙인 건 뻣뻣한 목을 좀 풀기 위해서였다. 사실 붕대와 테이프를 달고 산 지가 몇 년 됐는데, 이번엔 그게 겉으로 보였을 뿐”이라며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우즈의 한 측근도 “나이 40이 넘으면 다 그렇듯 우즈도 몸 이곳저곳이 결리고 아픈 것”이라고 거들었다.
팬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히려 우즈가 이 제품을 쓰는 게 알려지면서 미국 유타주에 본사를 둔 제조사 ‘KT TAPE’는 전화가 불통이 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롱아이언으로 카누스티 공략 ‘신중해진 우즈’
팬들의 민감한 반응에 대한 대답을 하듯 우즈는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적어냈다. 지난 19일 스코틀랜드 앵거스의 카누스티 골프링크스(파71·7402야드)에서 열린 1라운드를 버디 3개, 보기 3개를 묶어 이븐파 70타(공동 32위)로 끝냈고, 20일 열린 2라운드에서도 버디 4개와 보기 4개를 맞바꿔 이븐파를 유지했다. 약 20명이 2라운드 티샷을 하지 않은 이날 오후 11시30분 현재 공동 28위다.
아이언 티샷 위주의 보수적 경기가 타수 방어에 도움을 줬다. 더블보기 이상의 ‘대형 사고’가 나오지 않았다. 페어웨이가 딱딱해 ‘런(run)’이 100야드 가까이 발생했던 1라운드와 달리 2라운드는 아침에 내린 비로 촉촉해진 필드와 그린이 공을 잘 잡아줬다. 우즈는 7번 아이언으로 230야드 안팎을 쳤고, 3번 아이언으로 270야드 정도를 쳤다. 그는 “어떤 샷을 할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샷 옵션이 많아 코스가 맘에 든다”고 말했다.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메이저 통산 15승을 노린다. 우승하면 디오픈 4승째이자 PGA투어 통산 80승 고지에 올라선다. 그는 2000년, 2005년, 2006년 디오픈에서 우승 트로피인 ‘클라레 저그’를 들어 올렸다. 디오픈은 2009년 당시 59세인 톰 왓슨(미국)이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베테랑’에게 유리한 대회로 알려져 있다. 항아리 벙커와 깊은 러프를 피하려면 장타(長打)보다 페어웨이와 그린을 정확하게 공략할 정타(正打)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러프를 전전한 장타자 더스틴 존슨(미국)은 이틀 동안 6오버파를 적어내 세계랭킹 1위의 자존심을 구겼다. 랭킹 2위 저스틴 토머스(미국)도 2라운드에서만 6타를 잃는 부진 끝에 4오버파로 고개를 숙였다.
첫날 2언더파 공동 8위로 대회를 시작한 강성훈이 5번홀까지 1타를 추가로 덜어내며 순항했다. 우즈와 같은 이븐파 32위로 시작한 김시우는 경기 초반 1타를 내줬지만 곧바로 1타를 만회해 커트 통과가 유력하다. 국내 투어 우승자 자격으로 대회에 초청받은 박상현과 최민철은 이틀 내내 오버파를 적어내 세계 최고 골프 스타들이 집결한 PGA 메이저 대회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