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카운터파트 볼턴 만나고 귀국길…"잘 만나고 간다"

북미협상 교착 돌파구 마련 중재행보…중재안 제시 주목
한미 안보수장 대북 긴밀공조…구체적 논의 내용에는 언급 아껴
비핵화 논의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방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1일(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다.정 실장은 전날 워싱턴DC에 도착, 오후 3시부터 약 2시간 가량 카운터파트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면담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 후속협상 진전사항을 공유하고 이후 비핵화 논의 방향을 포함, 대북 현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하고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면담은 우리 정부 측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정 실장은 이날 낮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 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볼턴 보좌관과의 면담에 대해 "잘 만나고 간다"고만 언급, 말을 아꼈다.

'종전선언과 남북미 정상회담 개최 문제 등이 논의됐느냐'는 질문에도 웃기만 한 채 답변하지 않았다.

정 실장의 1박2일 워싱턴DC 방문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5월 4일에 이어 77일 만으로,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핵심으로 한 북미 간 후속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뤄졌다.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한국시간) 싱가포르 국빈방문 중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언급, 북미 간 협상을 적극적으로 조율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가운데 정 실장의 이번 워싱턴행은 문 대통령의 '메신저'로서 북미 간 교착상태를 뚫기 위한 중재 행보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북미 양측이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주고받는 빅딜 프로세스의 선후 관계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비핵화 논의를 다시 촉진하기 위한 우리 정부 측 중재안이 제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미 대화의 동력 확보를 위한 모멘텀 마련 차원에서 정 실장이 볼턴 보좌관과의 면담에서 연내 종전선언 및 남북미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핵심 의제로 거론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 주목된다.유엔 대북제재 결의 상 금수 품목인 북한산 석탄의 한국 유입 문제를 포함, 대북 제재 문제가 거론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전날 진행된 유엔 안보리 이사국 브리핑에서 회원국들의 엄격한 제재 이행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유엔 안보리에 남북 대화 및 협력과 관련한 부분적인 제재 면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한미 안보수장의 면담이 이뤄진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뉴욕에서 '유엔 회동'을 하는 등 한미 외교·안보라인 수장들이 포스트 북미정상회담 국면에서 비핵화 협상 동력을 살리기 위한 긴밀한 공조에 나선 양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