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계엄령 문건 수사… 기무사 소장 등 이번주 소환

특수단, 한민구·김관진 등
윗선에 보고여부 파악 주력

실행 여부 규명에도 수사력 집중
국방부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의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특수단은 기무사가 작성한 8쪽의 계엄령 문건과 67쪽의 ‘대비계획’ 세부자료에 담긴 내용을 분석하면서 이번주 본격적으로 고위급을 소환한다는 계획이다.

특수단의 한 관계자는 “이제는 문건 작성 관여자 중 지휘부급을 불러 조사할 것”이라고 22일 말했다. 작년 3월 기무사가 계엄령 문건 작성을 위해 구성했던 태스크포스(TF)에는 당시 기무사 3처장이었던 소강원 현 기무사 참모장(육군 소장)을 비롯해 영관급 장교와 군무원 등 15명이 참여했다.이에 따라 특수단의 소강원 참모장 소환조사도 이번주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수단은 소 참모장을 소환해 계엄령 문건이 누구의 지시로 작성됐으며,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은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에 출석, 기무사 계엄령 문건에 대해 “기무사령관 이상으로 보고가 이뤄졌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이 사령관의 당시 발언은 문건 작성 당시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최소한 직속상관인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는 보고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현재 민간인 신분이어서 특수단은 참고인 조사만 가능해 본격 수사는 특수단과 공조 수사하는 서울지검이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문건이 당시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을 거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게까지 보고됐는지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특수단은 또 ‘대비계획’에 담긴 내용이 계엄 검토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었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대비계획’의 일부 내용만 공개한 배경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면서 문건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0일 추가 문건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직접 공개한 자료는 8장이며 주요 내용은 대부분 가려졌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청와대가 문건 내용을 선별적으로 공개하면서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바른미래당도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법사위원장 명의로 청와대에 자료 제출을 공식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도 국회로부터 문서 제출을 공식 요청받으면 제출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