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강한 이소영… 폭염 뚫고 시즌 2승 '신고'

MY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최혜진·배선우 1타차로 따돌려
올 시즌 세 번째 멀티챔피언
통산 3승 중 2승 여름에 수확

2R서 11언더파 코스레코드
거침없는 '공격 골프' 위력
이소영이 22일 경기 여주시 솔로모CC에서 열린 MY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2018에서 18언더파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KLPGA 제공
최혜진(19)과 이소영(22)은 같은 롯데 골프팀 소속이라는 점 말고도 비슷한 게 많다. 국가대표 시절 아마추어 대회를 휩쓸었고, 2014년 열린 아시안게임에도 함께 출전해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학(고려대)도 같은 곳으로 진학했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경기하는 ‘닥공’스타일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소영은 후배 최혜진에 비해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201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첫 승에 이어 올 시즌 통산 2승을 올리는 등 띄엄띄엄 승수를 쌓으면서 특별함을 팬들에게 각인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최혜진은 롯데 프로 골프단 입단 이전 이미 아마추어 자격으로 2승을 올렸고, 올시즌 투어에 데뷔하자마자 2승을 올리는 등 집중적인 승수 쌓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절친 선후배 양보 없는 3승 고지 선점전

이소영이 절친 후배 최혜진과의 진검승부에서 자존심을 세웠다. 22일 끝난 KLPGA투어 MY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총상금 6억원)에서다. 이소영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잡아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198타를 적어낸 그는 17언더파를 친 최혜진을 1타 차로 밀어내고 통산 3승째를 신고했다. 우승상금은 1억2000만원. 지난 4월 열린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에서 시즌 첫 승이자 통산 2승째를 신고한 지 3개월여 만에 승수를 추가하며 장하나(2승), 최혜진(2승)에 이은 시즌 세 번째 멀티챔프로도 이름을 올렸다.

< 그녀들의 ‘더위 대처법’ > MY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에서 얼음주머니와 휴대용 선풍기가 ‘폭염 속 골프’의 필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김리안 (맨 위)과 김자영(가운데)처럼 얼음주머니를 머리에 얹거나 메고 다닌 선수들이 많았다. 허다빈(맨 아래)과 장하나 등은 충전식 소형 선풍기를 대회 내내 들고 다녔다. /KLPGA 제공
이소영은 전날 열린 2라운드에서 11언더파 코스 레코드를 기록해 일찌감치 우승을 예감했다. 보기 없이 버디만 11개를 쓸어 담아 1라운드 배선우가 작성한 10언더파 기록을 한 타 경신했다. 이번 대회 이전 기록은 박성현이 2016년 OK저축은행 인비테이셔널대회에서 세운 8언더파였다.

최혜진과 14언더파 공동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이소영은 1번, 2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기선을 잡았다. 최혜진과 배선우가 곧바로 버디쇼를 펼치며 추격해왔지만 그럴 때마다 버디를 홀컵에 꽂아 넣으며 경쟁자들의 거센 추격을 뿌리쳤다. 2번홀에서 단독 선두에 나선 뒤 한 번도 선두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드라이버 샷 정확도가 78%(2라운드)에서 35%(3라운드)를 오가는 등 들쭉날쭉했지만, 아이언 정확도가 100%(2라운드)를 기록하는 등 빼어난 그린 공략으로 타수를 차근차근 줄여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러프든 페어웨이든 가리지 않고 공을 그린에 잘 올렸다는 얘기다.

이소영은 2016년 생애 첫 승(용평리조트오픈)도 7월에 따냈다. 3년간 쌓은 통산 3승 중 2승을 한여름에 신고해 더위에 강한 ‘서머 퀸’의 면모를 과시했다.시즌 첫 3승 고지를 노렸던 최혜진은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 퍼트가 살짝 빗나가면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갈 기회를 날렸다. 대신 준우승 상금 5850만원을 추가해 오지현을 밀어내고 상금 랭킹 1위(5억7731만원)로 올라섰다. 평균타수 부문에서도 이정은(22·대방건설)을 제치고 1위(69.7727타)에 올라섰다.

최종합계 17언더파를 기록한 배선우가 최혜진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박민지, 오지현, 김민선(23·문영그룹), 서연정, 최은우가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덥다 더워!”… 선수들 폭염과의 ‘2중 전쟁’선수들은 사흘간 치러진 대회에서 폭염과 전쟁을 치르느라 ‘2중고’를 겪었다. 기온이 30~35도를 오르내린 때문이다. 반면 바람은 초속 2m 정도로 밋밋했다. 최혜진은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힘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폭염에 대처하는 선수들의 모습도 각양각색. 김리안, 이소영, 김자영 등은 얼음주머니를 머리에 얹거나 어깨에 두르고 다녔다. 장하나와 허다빈은 휴대용 소형 선풍기를 끼고 살다시피 했다. 협회에는 경기를 중단할 구체적인 온도 기준이 없다.

오피스텔이 경품으로 걸려 있던 파3홀에서는 사흘간 한 번도 홀인원이 터지지 않아 2년 연속 경품을 타간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문영그룹은 이번 대회에 시가 1억2500만원, 1억8900여만원짜리 오피스텔 2채를 경품으로 내걸었다.KLPGA투어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2주간 여름 휴식기에 들어간다. 하반기 첫 대회는 8월10일 제주 오라CC에서 열리는 제주삼다수마스터스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