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환율 경고'에… 위안화·엔화 동반 상승

인민銀, 하루 새 기준환율 0.12%↓
"인위적 조작 비판 의식한 결정
당분간 위안화 가치 올릴 듯"

BOJ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에
엔화 2주일 만에 달러당 110엔대
약세를 지속하던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가치가 23일 오름세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유럽연합(EU)을 겨냥해 환율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약(弱)달러를 선호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12% 낮은 6.7593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를 그만큼 절상했다는 뜻이다. 인민은행이 위안화 기준환율을 낮춘 것은 지난 11일 이후 8거래일 만이다. 관리변동환율제를 택하고 있는 중국에선 외환시장이 문을 열기 전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공표한다. 당일 시장환율은 기준환율 대비 상하 2% 범위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인민은행의 기준환율 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위안화 환율 조작의 징후가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가 10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낮춰 고시한 직후부터 역내·외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강세를 나타냈다. 역내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6.7403위안까지 뛰기도 했다. 역외시장에선 6.76~6.77위안에 거래됐다. 위안화는 지난주엔 역외시장에서 6.8위안 선을 오르내렸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위안화 절상 폭 정도로는 미국이 만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당분간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계속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일본 외환시장과 증시도 들썩였다.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10.95엔에 거래를 마치며 9일 이후 2주일 만에 달러당 110엔대에 진입했다. 지난주 달러당 112.88엔까지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1.71%가량 엔화 가치가 반등했다. 엔화 강세로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3% 하락한 22,396.99를 기록했다. 지난 12일 이후 6거래일 만의 최저치다.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함께 일본은행(BOJ)이 이달 말 완화적 통화정책을 일부 정상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주요국 중 유일하게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이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을 재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엔고(高) 흐름이 나타났다. 이는 국채 가격 하락과 함께 증시에서 수출주 매도로 이어졌다. 통상 양적완화는 엔화 약세 가능성을 높이고 시중금리 하락에 따른 반작용으로 채권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국채 가격 상승)을 조성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BOJ의 정책 선회 가능성으로 이날 10년물 일본 국채금리가 한때 반년 만의 최고치인 연 0.090%까지 치솟자(국채 가격 하락) BOJ는 잔존 만기 ‘5년 초과~10년 이하’인 국채를 연 0.11% 금리에 무제한 매입하겠다고 공지했다. BOJ가 제시한 금리가 시장보다 높아 실제 낙찰된 거래는 없었지만 BOJ가 국채금리 변동폭의 마지노선을 제시해 더 이상의 국채 가격 급락을 막았다는 평가다.

베이징=강동균/도쿄=김동욱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