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에 SK하이닉스 7%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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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가격 3분기가 정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국내 증권업계에서 제기된 업황 둔화 우려에 23일 일제히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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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6200원(7.05%) 내린 8만1700원에 마감했다. 올 들어 가장 큰 낙폭이다. 삼성전자는 950원(2.0%) 떨어진 4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 장비·소재·설계 업체도 일제히 하락했다. 예스티가 12.29% 떨어진 것을 비롯해 유니테스트(-9.77%) 티에스이(-9.39%) 하나머티리얼즈(-8.45%) 제주반도체(-8.04%) 등이 큰 폭으로 내렸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하며 무역분쟁 우려가 다시 높아진 가운데 반도체 업황 정점 논란까지 불거져 반도체주 투자 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이날 SK하이닉스 적정 주가를 11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내려 반도체 업황 정점 논란에 불을 붙였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3분기 6조원을 정점으로 내년 2분기 4조2000억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선두인 삼성전자가 지금까지의 ‘수익성 위주’ 전략에서 탈피해 ‘점유율 회복’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2016년 2분기 D램업계 전체 영업이익의 77%를 차지했던 삼성전자 영업이익 점유율은 올 2분기 48%까지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 영업이익 점유율이 4년 만에 50%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라며 “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가 낮은 판매가격으로 장기·대량 계약을 맺는다면 SK하이닉스 등 후발주자의 이익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세계 4위 D램 업체 난야가 지난 18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D램 업황이 3분기 중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것도 우려를 높인 요인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만난 아시아 지역 투자자 상당수가 2년에 걸친 D램 가격 상승세가 3분기에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호황이 길어질수록 업황 정점 논란도 빈번해질 것”이라며 “그때마다 반도체주 변동성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