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삶 속으로' 들어간 박원순 서울시장… 현장행정인가? 쇼인가?

강북 삼양동 옥탑방 첫날

노인정·주민센터 등 방문
주민들 "재개발되면 쫓겨날 판
민원 건넸지만 '쇼'될까 걱정도"
박원순 서울시장(앞줄 오른쪽)이 23일 삼양동 재개발 구역 내 노후주택가를 둘러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
“낡은 이 골목(삼양동 일대) 어르신들은 재개발되면 갈 데도 없어요. 올 들어서만 보상 기다리다 세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23일 오전 11시50분 삼양동 ‘미동 노인정’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노인정을 운영하는 송기홍 씨(68)가 이같이 말을 꺼냈다. 노인정 어르신들의 민원을 정리한 서류도 박 시장에게 건넸다. 송씨는 “처음 6·25전쟁 피란민 정착촌(미아3구역)으로 시작해서 이제야 다들 제 집을 갖게 됐는데 다시 길거리로 나앉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민원을 건네긴 했지만 보통 정치인이 그렇듯 ‘쇼’하고 넘어갈지도 몰라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박 시장은 이날부터 공식적인 강북구 현장시장실 일정을 시작했다. 박 시장은 ‘낙후된 주민 삶 속으로 들어가겠다’며 지난 22일 재개발 구역인 삼양동의 2층짜리 조립식 주택에 입주했다. 무더위로 지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지만 박 시장은 다음달 18일까지 이곳에서 거주하며 출퇴근하기로 했다. 그는 6년 전 은평뉴타운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8박9일간 현장시장실을 운영했다.

박 시장은 첫 방문지로 삼양동 주민센터를 찾았고, 이어 노인정을 방문했다. 어르신들은 주로 한국감정원이 평가한 공시지가가 실거래가보다 현저히 낮아 보상금으론 전세 보증금조차 낼 수 없다는 점을 염려했다. 다만 ‘박 시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다행’이라고 기대했다. 한 어르신은 점심 도중 “박 시장님은 예전 변호사 시절처럼 숱도 없고, 수염도 많던 시절이 더 나은 것 같다”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삼양동 주민센터에서 20여 명의 직원과 20분가량 질의응답 시간을 보냈다. 박 시장은 “‘찾아가는 방문간호사’는 부족하지 않느냐”며 연령대가 높고 마땅한 의료시설이 없는 삼양동 일대 현안을 살폈다. 그는 한 여직원과 ‘셀카’를 찍으면서 “1주일 뒤면 결혼한다고 들었다”며 “삼양동에서 볼 수 있듯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데 이분이야말로 애국자”라고 치켜세웠다.한편 이날 오후 2시30분으로 예정돼 있던 구립 아람어린이집 방문은 취소됐고, 이후 일정도 비공개로 이뤄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별했던 노회찬 정의당 의원 별세로 자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