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만원 후원 절차 밟아야했는데… 어리석은 선택" 유서

노회찬 의원 투신
왜 극단적인 선택했나

정의당 "분신과도 같은 당에
누를 끼친 자책감에…"

"노회찬 한방에 날려버리겠다"
드루킹 과거 SNS 협박 '주목'
< 여야 원내대표 조문 > 여야 원내대표들이 23일 오후 빈소가 차려진 서울 연세로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병완 민주평화당·홍영표 더불어민주당·김성태 자유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

23일 공개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유서 석 장 가운데 공개된 일부에 나온 문구다. 정의당 관계자는 “분신과도 같았던 당에 피해를 끼치게 된 것에 대한 자책이 극단적인 선택을 낳은 것 같다”고 애통해했다. 며칠 새 그의 심경이 급변한 이유에는 “유서에 나온 내용으로 유추해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노 원내대표는 유서에서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로부터 4000만원을 받았다”며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 절차를 밟아야 했다”며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고 부끄러운 판단이었다”고 후회했다. 그는 “무엇보다 어렵게 여기까지 온 당의 앞길에 큰 누를 끼쳤다”며 “이정미 대표와 사랑하는 당원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평생을 몸담았던 당에 대한 미안함을 참지 못한 안타까운 선택이었다는 추론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강력 부인했던 그는 최근 급격한 심경의 변화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노 원내대표는 지난 18일부터 3박5일 일정으로 떠난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관련 질문에 “어떠한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특검 조사에 당당하게 임해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귀국 후 구체적인 사실을 접하고 흔들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드루킹 김모씨는 지난해 5월16일 트위터에 “지난 총선 심상정, 김종대 커넥션 그리고 노회찬까지 한방에 날려버리겠다. 못 믿겠으면 까불어보든지”라는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본질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특검의 노회찬 표적수사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장례식은 정의당이 장례비용과 절차를 주관하되, 영결식은 국회에서 엄수하기로 했다. 발인은 오는 27일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