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나리, 디오픈 제패… 이탈리아인 첫 메이저 챔프

'부활샷' 우즈는 3타차 공동 6위…2연패 도전 스피스 공동9위
프란체스코 몰리나리가 최고(最古) 골프대회인 제147회 디오픈을 제패하며 이탈리아인으로 처음으로 메이저 챔피언의 영예를 누렸다.몰리나리는 23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앵거스의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파71)에서 열린 디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 2개를 뽑아내며 2언더파 69타를 쳐 4라운드 합계 8언더파 276타로 정상에 올랐다.

이탈리아 선수가 디오픈을 포함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몰리나리가 처음이다.

몰리나리는 지난 2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퀴큰론스 내셔널을 제패해 71년 만에 이탈리아에 PGA투어 우승을 안긴 데 이어 이탈리아 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36번째 메이저대회 도전 끝에 정상에 오른 몰리나리는 PGA투어 두 번째 우승을 메이저에서 따내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디오픈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유서 깊은 은제(銀製) 주전자 클라레 저그와 우승 상금 189만 달러(약 21억4천609만원)을 받아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손에 넣었다.

세계랭킹 15위 몰리나리는 10위 이내 진입을 예약했다.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주로 활약한 몰리나리는 투어 우승을 6회로 늘렸다.

몰리나리는 "힘겨운 싸움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승자는 한명 뿐이고 그게 나"라고 기염을 토했다.인내심과 전략의 승리였다.

사흘 동안 잠잠하던 바람이 불어오자 악명높은 커누스티의 숨겨졌던 발톱이 드러났다.

선수들 샷이 흔들리면서 러프와 벙커로 굴러 들어가는 볼이 많아졌다.

버디를 잡아내는 선수보다 타수를 잃는 선수가 더 많았다.

공동 선두로 출발한 조던 스피스, 잰더 쇼플리, 케빈 키스너(이상 미국) 3명 가운데 키스너가 맨먼저 희생양이 됐다.

2번홀(파4)에서 항아리 벙커에 빠진 볼을 두번 만에 꺼내 2타를 한꺼번에 잃었다.

5번홀(파4)에서는 스피스와 쇼플리가 보기를 적어내며 뒷걸음쳤다.

스피스는 6번홀(파5)에서 러프에서 페어웨이 우드로 무리한 그린 공략에 나섰다가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쇼플리도 7번홀(파4)에서 러프를 전전하더니 더블보기로 홀아웃하며 순위가 요동쳤다.

몰리나리는 이들과 달랐다.

3라운드 경기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최종 라운드에서는 파세이브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힌 전략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그는 무려 13개홀 동안 파 행진을 벌이며 타수를 지켰다.

위기가 없지 않았지만 절묘한 쇼트게임과 정교한 퍼트로 막아냈다.

12번홀과 13번홀에서 잇따라 그린을 놓쳤지만 3m 거리 파퍼트를 다 집어넣었다.

경기를 시작할 때는 3타차 공동6위였던 몰리나리는 어느새 6명의 공동 선두 그룹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기회를 엿보던 몰리나리는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에서 가장 쉬운 14번홀(파5)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162야드를 남기고 두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린 몰리나리는 가볍게 퍼트 두번으로 버디를 잡아냈다.

최종 라운드 첫 버디로 단독 선두에 올라선 몰리나리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2m 버디를 뽑아내 2타차 1위로 경기를 마쳤다.

2타차로 추격하던 쇼플리가 18번홀에서 이글을 노리고 친 두 번째 샷이 홀 5m 거리에 내려 앉으면서 우승이 확정되자 연장전에 대비해 연습 그린에 있던 몰리나리는 캐디, 아내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2언더파를 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1타를 줄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나란히 3타씩을 잃은 키스너와 쇼플리가 2타 뒤진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메이저대회 15번째 우승을 노린 타이거 우즈(미국)는 10번홀까지 2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에 나서며 화려한 부활 드라마를 펼치나 했지만 고비를 넘지 못했다.

11번홀(파4)에서 두번째샷 실수와 로브샷 어프로치 실수가 이어져 더블보기를 한데 이어 12번홀(파4)에서도 보기를 적어내 2개홀에서 3타를 잃은 게 치명적이었다.

버디 3개와 더블보기 1개, 보기 1개를 묶어 이븐파 71타를 친 우즈는 공동6위(5언더파 279타)에 만족해야 했다.

전날 공동 선두에 올랐던 디펜딩 챔피언 스피스는 5타를 잃어 공동 9위(4언더파 280타)로 미끄럼을 탔다.7오버파를 친 안병훈(27)은 공동 51위(4오버파 288타)에 그쳤고, 강성훈(31)과 김시우(22)는 공동 67위(7오버파 291타)에 머물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