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일본식 집값 폭락?…자급자족형 신도시라면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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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 인터뷰“자급자족형 신도시와 서울 세력권에 투자하라.”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말을 돌려서 하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이었다. 앞으로 서울과 신도시 집값에서 어디가 상승을 주도할 지 콕찍어 얘기했다. 이처럼 명쾌하게 의견을 밝히는 터라 평소 그의 강의는 항상 인기다. <오를 지역만 짚어주는 부동산 투자 전략>이란 신간을 낸 그를 만나 유망 투자처에 대해 물어봤다.▶일본처럼 교외 신도시 집값이 폭락할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투자 수익률에 큰 차이가 날 것이다. 자급자족형 신도시는 승승장구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곳은 빌빌댈 것이다. 이미 자급자족 여부에 따라 집값 차별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분당과 일산을 봐라. 분당은 판교테크노밸리에 힘입어 올상반기 가격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산은 집값 상승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자급자족이 가능하냐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린 것이다. ”▶자급자족형 신도시란“자체적으로 일자리를 갖춘 도시다. 우리나라 신도시는 자급자족형과 베드타운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집뿐 아니라 기업이 많이 들어가 있는 곳은 자급자족형이다. 일자리가 없으면 베드타운이다.”
▶어디가 자급자족형 신도시인가
“토지이용계획도를 보면 자급자족형인지 베드타운인지 가늠할 수 있다. 판교 분당 과천 광교가 대표적인 자급자족형이다. 판교는 9% 정도 되는 면적을 업무지역으로 배정했다. 토지이용계획도 상에서 파란색으로 보이는 지역이다. 거기에 들어서는 것이 판교 테크노벨리다. 판교는 오피스 공실률이 1.1% 정도다. 반면 서울 여의도는 15%를 넘는다. 업무시설이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채워지는 것도 중요하다. 판교에 기업들이 입주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니까 판교가 미니 강남과 비슷해졌다. 판교 주택 공급량으론 수요량 충족이 안 될 정도다. 그러다 보니 주택 수요가 분당, 성남 중원구 수정구 등 구시가지 등으로 넘어갔다. 광교도 마찬가지다. 광교 별명이 ‘판교 동생 광교’다. 1·2기 신도시를 조성할 때 주거지 비중을 평균 30% 초반대로 잡았는데, 광교는 18%뿐이다. 과천 지식정보타운을 보자. 주거면적이 30%대로 높지만 다른 용도 대신 업무시설 면적을 많이 배치했다. 동판교와 거의 비슷하다. 업무시설이 채워지기만 하면 제2 판교 역할을 하게 될 거다. 자급자족형 신도시의 계보를 판교, 광교, 과천 지식정보타운이 잇는다. 동탄 신도시는 1·2 다 합쳐서 면적이 30㎢가 넘는다. 아직 업무시설 입주가 안 돼 있다. 동탄 미분양이 해소되려면 기업들이 입주해야 한다.”▶업무시설 비율이 높으면 무조건 자급자족형이 되나.
“실제 기업이 들어가는 건 별개다. 기업 수는 무제한이 아니다. 요즘 수도권에서 업무시설이 너무 많이 들어서고 있다. 우리나라 업무시설 전체 바닥 면적이 1억2000만㎡인데 작년 한 해 1000만㎡가 착공했다. 8% 수준이다. 앞으로도 공급이 많다. 예를 들어 용산에서 40만㎡ 부지에 240만㎡ 업무시설이 추가된다. 서울 전체 업무시설이 5400만㎡다. 공실이 될 우려가 크다. 실제로 여의도는 많이 빈 상태다. 기업이 실제 입주하는 곳이 자급자족형이다. 마곡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업무시설 비중이 무려 32%다. 그래도 기업들이 착착 입주하면서 자급자족 신도시가 됐다. 자급자족 능력이 실질적으로 확보된 곳, 오피스 공실률이 낮은 곳이 유망한 지역이다”▶될 곳, 안 될 곳 예측할 수 있는 건가
“민간 기업이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특정 지역에서 관련 비즈니스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입주하는 것이다. 지자체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부른다고 해서 기업들이 무조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송도국제도시 경우 도시계획이 굉장히 잘 돼 있는데 기업 수용 능력 대비 너무 과한 면적이 개발됐다. 계획 대로 되는 건 아니다. 따라서 토지 이용계획도만 가지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위례 등 모든 베드타운의 전망이 어둡다는 건가
“아니다. 서울 세력권은 괜찮다. 이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은 곳을 말한다. 서울 중심업무지구와 연결된 데는 괜찮다. 여기에 자급자족능력까지 갖추면 금상첨화다.이도 저도 아니면 투자가치가 낮다고 생각한다.”
▶내집마련을 꼭 해야 하나“대부분 선진국들은 자가 주택 점유 비율이 3분 2 정도다. 우리는 57%밖에 안 된다. 주거복지라는 것은 곧 자가다. 임대라는 건 한계가 있다. 자가 취득 여건을 만들고, 주택을 공급하는 게 국민 복지 차원에서 더 지속성이 있다고 생각하다. 더불어 지금 자가 취득을 망설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 분들은 무조건 분양 시장에 들어가기보다 내가 분양을 넣을 지역이 어떤 곳인지 알고 들어가는 게 좋다. 신도시들이 엄청나게 좋아 보이지만 그중 베드타운도 있고 자급자족형 도시도 있다. 자급자족형에 들어가야 한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