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도 너무 뜨거워" 해수욕장, 낮에 '텅텅'·밤에 '바글바글'

"뜨거워도 정도껏 뜨거워야지."

본격적인 피서기를 맞은 지난 22일 오후 강원 동해안의 대표 해수욕장인 경포해수욕장.
휴일을 맞아 한창 피서객이 몰려야 하는 백사장은 오후 들어 오히려 휑할 정도로 한산해졌다.피서객들은 잠시 바닷물에 들어갔다가 휴식하기 위해 파라솔 아래를 찾았지만, 백사장의 열기가 점점 뜨겁게 달아오르자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씩 해변을 뜨기 시작했다.

폭염이 오후 내내 지배한 경포해변은 해가 저물고 밤이 돼서야 비로소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야간의 백사장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몸을 식히려는 피서객들로 자정 무렵까지 북적거렸다.아예 해변 백사장에서 밤을 지새우는 피서객도 상당수였다.

지난 22일 강릉의 낮 기온은 사람의 체온보다 높은 37도까지 올랐고, 야간 최저 기온이 31.1도 기록하는 숨 막히는 찜통더위가 이어졌다.

주민 최모(46)씨는 "바닷가는 뜨거워야 좋다고 하지만 요즘은 뜨거워도 너무 뜨겁다"면서 "폭염에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문자도 오고 해서 어두워진 뒤에나 나가게 된다"라고 말했다.사정은 강릉뿐만 아니라 삼척, 속초 등 인근 해수욕장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무더위를 식히려는 피서객으로 북새통을 이뤄야 할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이 대낮에는 텅텅 비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폭염경보 속에 발바닥이 뜨거울 정도로 백사장이 달아오르면서 대낮보다 밤에 해변으로 나가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다.강원도환동해본부에 따르면 동해안 6개 시·군의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지난 21일 36만8천 명, 지난 22일 33만6천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수욕장 개장 이후 비가 자주 내렸던 지난해보다는 많지만, 올해는 불청객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피서객이 줄어들까 우려하는 상황이 됐다.

동해안 해수욕장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는 폭염의 기세가 조만간 누그러지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바닷가마저 대낮에 땡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일사병 등이 우려되자 일부 피서객은 나무 그늘과 물이 있는 시원한 계곡이나 산속으로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동해본부 관계자는 "해수욕장의 백사장이 직사광선을 그대로 받고, 파라솔로 해만 가린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보니 최근 피서객이 바닷가로 덜 나간다"라고 설명했다.

맑고 시원한 동해안 바닷물을 찾아온 피서객들도 뜨거운 오후에는 숙소에서 머무르다 야간에 바닷가로 몰리고 있다.

강릉시 관계자는 "요즘에는 밤에 바닷가를 찾는 피서객이 더 많다"면서 "피서객들이 야간에 집중적으로 바닷가로 몰려나온다"라고 귀띔했다.도내 해수욕장은 초중고 학생들의 여름방학과 직장인들의 휴가철이 시작되는 이번 주말과 다음 주말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