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미·중 무역전쟁, 환율전쟁으로 이어지나…증시 여파는?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이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으로 번지면서 위안화 가치가 더 하락할 경우 국내 증시에 상당한 충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3일 오전 11시2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3.46포인트(0.59%) 내린 2275.73을 기록 중이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코스피지수도 하락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환율전쟁 우려가 나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연초 이후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4.3% 떨어졌다. 반면 달러화 지수는 2.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인민은행이 인위적으로 위안화의 약세 압력을 높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 보호 무역 강화에 대응해 중국이 위안화 가치 약세를 용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산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바위처럼 떨어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최근 위안화 약세에 대해 조작 여부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중국이 통화를 무기로 사용하는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위안화 약세가 중국에 부당한 이익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고 발언했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화 강세 우려와 더불어 위안화 약세 흐름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무역전쟁에 이은 환율정책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했다”며 “중국은 미국의 500억 달러에 대한 25% 관세부과에 이어 2000억 달러의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해 명시적인 보복 조치를 하고 있지 않지만 위안화 절하를 통해 간접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오는 10월 발표하는 반기 환율조작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전개되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까지 확대되면 그 파급 효과는 예상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위안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 국내 증시가 입는 충격도 만만치 않다. 또 미국이 달러화 약세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한국은 물론 신흥국 전체가 수출품의 가격경쟁력 하락이라는 부담까지 안게 된다.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을 좌우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무역분쟁의 형태로 지금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선제적 관세부과, 이에 따른 중국의 보복조치 등 공멸 양상의 치킨 게임이 전개되고 있다”며 “국내 금융시장 역시 글로벌 위험자산 회피의 영향을 받으면서 건전한 거시 건전성과는 동떨어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의 미·중 무역분쟁 양상이 환율전쟁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위안화의 급격한 하락이 계속 이어진다면 중국 금융시장에도 큰 부담이 작용할 수 있어서다. 위안화 가치의 추가 하락은 중국에서의 자본 유출을 부를 수 있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를 8거래일만에 다시 올렸다. 인민은행은 위안화의 달러당 기준환율(중간가격)을 전거래일보다 0.0078위안(0.11%) 내린 6.7593위안에 고시했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관세폭탄'을 퍼부은 데 이어 환율조작 조사 카드를 꺼내며 환율전쟁 압박을 벌이자 그간의 위안화 약세가 주춤거리는 모양새다.위안화 약세 추세가 주춤하면서 향후에는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를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대비 원화와 위안화 가치의 상관계수는 1.0에 근접하는 등 원화의 가파른 약세는 위안화 약세가 견인해 왔다”며 “향후 위안화가 강세로 전환하면 원화의 강세도 기대할 수 있어 보호 무역 강화로 위축됐던 투자심리도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이 안정을 찾으면 외국인 수급 개선의 여지가 커진다”며 “코스피지수가 멀지않은 시점에 반등 탄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