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검열 우려해 메신저 '위챗' 안 쓰는 중국 누리꾼들

개인정보 보호 신경 안 쓰는 중국 IT 기업에 비판 고조
중국 당국의 검열을 우려해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을 쓰지 않는 중국 내 누리꾼들이 소수이기는 하지만 조금씩 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SCMP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의 위챗 대화 내용을 계속 감시하고, 심지어 그 대화 내용을 근거로 누리꾼을 체포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중국 누리꾼 사이에 당국의 검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한 중국 누리꾼이 위챗 대화방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해 농담을 했다가 당국에 체포돼 9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위챗 사용을 중단했다는 왕쯔정(23)은 "내 사생활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위챗 사용을 그만뒀다"며 "이는 당국의 검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 신념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대학원생 스테판(가명)도 "숨겨야 할 비밀이 있거나 위법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위챗을 이용할 때 내 사생활이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위챗 중단 이유를 밝혔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위챗 사용을 중단하면서 '안녕, 위챗'이라는 글을 올린 한 블로거의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블로거는 "우리는 모두 공안당국이 원하면 언제나 우리의 모든 위챗 대화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사생활 측면에서 위챗에는 아무런 희망도 없다"고 비판했다.전문가들은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는 중국 IT 기업들을 비판했다.

이용자 대화 내용의 암호화 처리를 통해 제삼자의 검열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든 왓츠앱이나 텔레그램과 달리, 위챗은 대화 내용의 암호화 처리를 하지 않아 정부의 검열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지난 3월에는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百度)의 최고경영자 로빈 리가 "중국 인터넷 이용자들은 편리함을 위해 사생활을 기꺼이 포기한다"고 발언했다가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을 사기도 했다.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의 신신 교수는 "이러한 생각을 가진 중국 IT 기업들에 사생활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며 "외국 메신저의 이용을 차단당한 채 중국 메시저만을 써야 한다는 것은 중국 누리꾼들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구글, 페이스북, 텔레그램 등 해외 소셜미디어나 메신저 접근을 차단하고 있어 중국 누리꾼들은 이를 아예 이용할 수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