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찜통인데… 최남단 서귀포는 아직 폭염 없어

한라산 건너 제주시 쪽과도 달라…"바다영향 많이 받아"

올여름 전국적으로 기록적인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남쪽인 제주 서귀포시에는 아직 폭염이 나타나지 않았다.
24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귀포에서는 폭염이 단 하루도 기록되지 않았다.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은 날이 없었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올해 들어 지난 23일까지 경북 의성에서는 폭염이 총 21일이나 나타났다.

이 밖에도 합천 20일, 밀양 19일, 경주 18일, 대구 17일, 포항 15일, 광주 14일, 강릉 13일, 전주 12일, 수원·울산 11일, 서울 8일 등 전국 곳곳에서 연일 폭염이 기록되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제주시(북부) 4일, 고산(서부)·성산(동부) 각각 하루의 폭염이 나타났지만 서귀포에서는 아직 폭염이 없었다.올여름 서귀포의 기온이 가장 높았던 날은 지난 21일로, 32.8도에 그쳤다.

서귀포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1960년 이후로 서귀포에 여름철 폭염이 하루도 나타나지 않은 해는 총 22년에 달한다.

가깝게는 2015년 여름에 폭염이 단 하루도 없었다.서귀포에서 폭염이 많이 나타난 해는 2004년 17일, 2013년 12일, 2001년 8일 등이다.

전국적으로 가장 무더웠던 해로 꼽히는 1994년에도 서귀포의 폭염은 8일에 그쳤다.

서귀포가 가장 무더웠던 날은 1966년 8월 3일 35.9도 정도였다.
서귀포는 이처럼 폭염이 비교적 적게 나타나는 대신 해가 진 뒤에도 더위가 쉽사리 식지 않아 열대야가 많이 나타난다.

2013년에는 열대야가 역대 가장 많은 57일에 달했으며, 올여름 들어서도 현재까지 열대야가 총 7일 나타났다.

이처럼 서귀포에서 폭염이 비교적 적은 것은 섬이라는 지역 특성상 내륙에 비해 천천히 데워지고 천천히 식는 바다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도 특히 서귀포는 여름철 주로 부는 남풍이 수증기를 몰고 들어오는 입구(풍상층)에 있어서 기온이 상대적으로 덜 오르고, 바람이 한라산을 넘으며 고온건조해지는 푄 현상으로 인해 산 북쪽 제주시는 폭염이 서귀포보다 더 자주 나타나게 된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반면 해가 진 뒤에는 수증기 유입으로 습도가 올라 보온효과가 나타나면서 기온이 천천히 떨어지기 때문에 서귀포에 열대야가 자주 나타나는 것이라고 기상청은 전했다.
이처럼 불볕더위가 비교적 적은 서귀포에는 더위를 식히기 좋은 피서 명소도 많다.

한라산에서 내려온 차디찬 물이 흐르는 돈내코 원앙폭포는 피서지로 사랑받는 곳이다.

폭포와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돈내코 계곡 일대는 한여름에도 다른 지역에 비해 선선한 데다 시원한 폭포수 웅덩이에 몸을 담그면 으슬으슬해지면서 오히려 따뜻한 햇볕이 그리워질 정도다.

유명 관광지인 정방폭포에서 동쪽으로 300m 정도 떨어진 소정방폭포는 시원한 폭포수가 쏟아져 한여름 물맞이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주변에 펼쳐진 아름다운 해안 풍경을 배경으로 바닷바람에 더위를 식히기도 좋다.연중 18도를 유지하는 차디찬 용천수가 만들어낸 '천연 풀장' 논짓물이 있는 예래동은 수려한 해안 경관과 아름다운 대왕수천 생태탐방로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동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