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통신망에 블록체인… "증권거래·SNS 더 안전해져"

상용망에 블록체인 최초 적용
가상화폐 이더리움보다
데이터 처리속도 200배 빨라

IP 대신 고유 ID로 연결
'디도스' 공격 원천 차단
5G·AI 등 다양한 분야 활용
문정용 KT 블록체인사업화 태스크포스(TF)장이 24일 서울 광화문 KT빌딩에서 열린 ‘KT 블록체인’ 발표회에서 사업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KT 제공
KT가 상용 통신망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속도를 높인 ‘네트워크 블록체인’을 공개했다. 향후 휴대폰 로밍 정산, 지역화폐, 전력중개 등은 물론 인터넷 서비스 본인 인증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상용망에 블록체인 적용KT는 24일 서울 광화문 KT빌딩에서 ‘네트워크 블록체인’ 발표회를 열었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에서 거래 참여자들이 데이터를 검증·암호화해 블록 단위의 분산 원장에 보관하는 기술이다. 이론상으로 해킹이 불가능해 보안성이 뛰어나다.

블록체인은 크게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퍼블릭 블록체인과 참여자를 제한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나뉜다. 참여자가 많은 퍼블릭은 처리 속도가 느리고, 참여자를 제한하는 프라이빗은 데이터 조작 등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 대표적 퍼블릭 블록체인인 비트코인은 초당 거래량(transaction per second·TPS)이 3건에 불과하다. 이더리움은 13건, 리플은 1500건 수준이다.

KT는 전국에 깔린 초고속 네트워크에 블록체인을 결합한 서버(노드)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네트워크 블록체인을 만들었다. 상용망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것은 세계 최초라는 설명이다.기존 블록체인이 수직적 검증 방식인 반면 KT의 블록체인은 동시다발적으로 거래 내용을 검증한다. 현재 TPS는 2500건 수준이다. 추가로 장비를 투입해 올해 말까지 TPS를 1만 건으로, 내년 말에는 10만 건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서영일 KT 블록체인센터장은 “퍼블릭과 프라이빗 블록체인 강점을 결합해 높은 신뢰도의 대용량 초고속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1만 TPS까지 속도가 빨라지면 은행, 카드사에서 쓸 수 있고 10만 TPS가 되면 증권거래, 소셜미디어 등에도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D 하나로 본인 인증·로그인 완료KT는 인터넷 서비스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기술도 공개했다. 인터넷 서버에 블록체인 기술을 덧씌우는 형태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사용자는 인터넷에 접속할 때 블록체인 ID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웹사이트 로그인, 공인인증서 인증 등 모든 연결에 대한 인증을 하게 된다. 구글이나 애플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능을 이용해 웹사이트 로그인 정보를 저장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활용 가능한 범위가 훨씬 넓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장점은 블록체인 ID가 인터넷 주소(IP)를 대신하기 때문에 해킹이나 개인정보 도용, 분산서비스공격(DDoS) 등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0~255의 숫자 네 개로 이뤄진 IP는 네트워크에 접속한 모든 기기에 부여되는 주소다. IP가 노출되면 각종 해킹의 표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블록체인에 저장 가능한 본인 인증 범위나 블록체인이 적용되지 않은 네트워크와의 상호연결 방식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기술적인 부분은 개발을 마쳤지만 표준 제정, 법제화 등의 이슈가 남아있다”고 말했다.◆전력중개·로밍 정산 등에도 적용

KT는 블록체인 기술을 유무선 네트워크를 비롯해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소규모 전력중개 사업에 블록체인을 적용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발전량을 수집해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정산도 한 달에서 10분 단위로 줄였다. 하반기에는 기업 간 에너지 감축량을 자동으로 거래하는 시스템을 선보이고 전기자동차 충전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연내 일본 NTT도코모, 중국 차이나모바일 등과 협력해 로밍에도 블록체인을 도입하기로 했다.김형욱 KT 플랫폼사업기획실장은 “국내 블록체인 시장은 지난해 500억원에서 2022년 1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라며 “KT가 블록체인 시장 성장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