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앱으로 건물 부피 계산… 지금 교실선 스마트폰이 교과서

스마트폰 다양한 앱 활용
수업시간 학생들 흥미 유발

동영상 촬영 등 기능 다양
기자재 구입 부담도 줄어

현직교사 역사BJ 활약도
전문가들 "자기주도적 활용법 교육에도 도움"
“롤게임 한 판 했으니 이제 1910년대 일제강점기 저항운동에 대해 공부해봅시다.”

리그오브레전드 게임 장면을 생중계하던 유튜브 진행자(BJ)가 ‘게임 종료’ 버튼을 눌렀다. 방송 화면은 어느새 ‘1910년대 국내의 저항운동’ ‘의병활동’ ‘계몽운동’ 등 필기가 빼곡한 칠판으로 바뀐다. 채팅 창에는 “선생님 게임 한 판만 더 해요”라는 투정과 함께 “선생님 이거 외워야 해요?” “학습지는 언제까지 내야 해요?” 같은 학생들의 질문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이 유튜브 BJ의 정체는 현직 고등학교 역사교사다.
◆현직 고교 역사교사가 BJ로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공교육 현장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한 새로운 수업이 늘고 있다. 게임 중독, 수업 방해 등 학교 교실에서 ‘신(新)바보상자’라고 눈총받던 스마트폰이 수업 도구로 변신 중이다.

구부승 대구 능인고등학교 교사(31)는 지난 4월부터 유튜브 ‘BUKU TV’에서 매주 수·토·일요일 오후 9시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방송을 진행한다. 3개월여 만에 구독자가 2300여 명으로 늘었다.구 교사는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을 준비하며 학생들에게 가장 익숙한 플랫폼을 통해 수업 자료를 제공하고 싶어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거꾸로 수업은 학생 참여 중심 수업의 하나다. 교사가 인터넷 등에 학습 자료를 올려두면 학생은 수업 전에 이를 미리 학습한다. 학교 수업 시간에는 예습한 지식을 바탕으로 토론이나 체험 위주의 학습을 한다.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도 인터넷 방송 수업의 강점이다. 구 교사는 “즉석에서 공개적으로 질문이 올라오기 때문에 더 긴장하고 수업하게 된다”며 “여성혐오 발언 등 부적절한 채팅을 올리는 학생은 따끔하게 경고해 넷티켓(인터넷+에티켓)도 가르칠 수 있다”고 했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수업울산 천상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승철(38), 조상현(39) 교사는 수학 수업시간에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입체도형의 부피를 구하는 법’을 수업할 때 종이에 평면도를 그리거나 공식에 숫자를 대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평소에 보던 학교 건물의 부피를 스마트폰을 활용해 알아낸다. 스마트폰 지도 앱으로 건물의 밑면 넓이를 계산하고, 거리 측정 앱으로 건물 높이를 측정해 계산한다.

조 교사는 “디지털 교과서가 아직 사회와 과학 과목만 나와있어 수학 과목에서 어떻게 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교사보다 학생들이 전문가라서 평소 수학을 어려워하던 학생도 곧잘 따라온다”고 말했다. 통계를 공부할 때는 학생들이 직접 수학통계 기자가 돼보기도 한다. 그림판 앱으로 통계자료를 정리해 그래프를 그리고 동영상 앱으로 목소리를 덧입혀 뉴스 리포트를 만든다.스마트폰 보급으로 기자재 부담도 줄었다. 경기 부곡중앙중학교에서는 2015년부터 1학년 전 학생이 모둠을 꾸려 스마트폰으로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내 인생의 영화’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스스로를 돌아보거나 학교폭력, 환경오염 등 자신이 평소 갖고 있던 문제의식을 3~5분 분량의 영화로 담아낸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인근 영화관을 빌려 시사회도 열었다. 학교 방송부 카메라 1~2대를 필요할 때마다 빌려 쓰던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수업이다. 이경은 자유학년부장(39)은 “학년 초 학급회의를 통해 학생들과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규칙을 정한다”며 “학생들도 수업에 집중하기 위해 휴대폰을 한 자리에 모아뒀다가 수업 시간 중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에게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법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금지 대신에 자기주도적 활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스마트쉼센터 관계자는 “학교 구성원 간 스마트폰 사용 규칙을 정하거나 스마트폰을 수업에 활용하는 방안 등을 통해 건강한 스마트폰 사용법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