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뒤집기… 샤오미와 혈투 끝에 인도 1위 탈환

대대적 반격 통했다
제품 10종으로 대폭 늘리고
오토바이 운전 모드 등
인도 맞춤형 폰으로 승부
도시 외곽까지 매장 확대

2분기 점유율 29%
샤오미에 1%P 앞서
피 말리는 승부 계속될 듯
삼성전자가 지난 5월 인도 시장에 출시한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 J6’의 광고 사진. 이 제품의 현지 가격은 1만3990~1만6490루피(약 22만~26만원)다. /삼성전자 제공
“인도에서 스마트폰 1위 업체가 되기까지 몇 년이나 필요할까요.”

마누 쿠마르 자인 샤오미 인도법인장은 2015년 중반께 샤오미 공동창업자들과의 회의에서 이 같은 질문을 받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당시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점유율 27.8%로 1위를 차지했고 마이크로맥스, 인텍스 등 인도 업체가 각각 15.3%, 9.4%로 뒤를 쫓고 있었다. 샤오미는 5위권 밖이었으나 자인 법인장은 자신있게 대답했다. “2019년이면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삼성전자와 샤오미가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다. 샤오미가 계획보다 2년가량 이른 지난해 4분기 시장 점유율 25%로 23%에 그친 삼성전자를 제치고 인도 스마트폰 시장 1위 업체로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점유율 29%를 차지하면서 샤오미를 다시 1%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가성비·유통망·팬층 앞세워

샤오미는 ‘타도 삼성전자’를 위해 홍미노트4, 미A1 등 10만~20만원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제품을 앞세웠다. 2015년부터는 인도에 공장을 6곳 세우고 제품 대다수를 현지생산하기 시작했다.

유통 채널도 바꿨다. 2015년만 해도 인도에서 샤오미 제품의 95% 이상은 온라인으로 팔려나갔다. 샤오미는 창업 당시부터 오프라인 유통망이 아니라 온라인 채널을 통해 영향력을 높여갔다.

하지만 인도 시장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이 여전히 유통망의 주류였다. 샤오미는 오프라인 매장을 빠르게 늘리는 한편 인도의 ‘미펀(米紛·샤오미 팬)’을 통한 마케팅에 적극 나섰다. 서비스센터도 750개 이상 확충했다. 무엇보다 현지인 채용을 늘리면서 인도 사람들이 샤오미를 자국 기업처럼 느끼도록 했다.입소문이 퍼지면서 샤오미의 점유율은 빠르게 높아졌다. 지난해 4분기에 처음 역전한 이후 올해 1분기에는 31.1%로 삼성전자(26.2%)와의 격차를 벌렸다. 자인 법인장의 대답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 같았다.

“극히 공격적 계획으로 반격”

2012년부터 인도 시장의 ‘맹주’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삼성전자로선 두고볼 수 없는 일이었다. 올해 들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모한데프 싱 삼성전자 인도법인 수석부사장은 지난 5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극도로 공격적인 계획을 구사하겠다”고 말했다.삼성전자는 프리미엄폰 갤럭시S9부터 저가폰 갤럭시 온 시리즈까지 10종이 넘는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였다. 인도 시장을 겨냥한 보급형 제품 갤럭시J6는 가격이 1만3990~1만6490루피(약 22만~26만원) 수준이지만 18.5 대 9 비율의 5.6인치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다. 이보다 상위 모델인 갤럭시J8은 6인치 화면에 후면 듀얼카메라를 내장했다. 두 모델은 각각 지난 5월22일, 이달 1일 출시됐는데 지금까지 합산 200만 대 이상 팔려나갔다.

유통 채널에도 변화를 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했는데 올 들어 도시 외 지역에서 소규모 ‘삼성 익스피리언스 샵’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익스피리언스 샵은 삼성전자 모바일 제품을 체험하고 구입할 수 있는 전문 매장이다.

인도 맞춤형 기능과 제품을 내놓는 ‘메이크 포 인디아(make for India)’ 전략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출시한 제품에 넣은 동영상을 보면서 반투명창으로 채팅을 할 수 있는 ‘챗 오버 비디오’와 오토바이 운전 중인 경우 상대방에게 운전 중이라고 안내해주는 ‘S-바이크 모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달 인도 노이다 공장을 증설하는 등 현지 생산량도 늘리는 추세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지난 2분기 점유율 29%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

삼성전자와 샤오미의 혈투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는 멈췄지만 인도는 여전히 급성장 중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454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4% 줄어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반면 인도 시장은 2016년 1억1700만 대에서 2020년 1억7650만 대로 연평균 10.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임수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최근 준공한 노이다 신공장과 주변의 연구개발(R&D)센터를 기반으로 더욱 공격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