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색 드러낸 北, 미사일 시설 일방해체 후 '종전선언' 압박
입력
수정
지면A8
北 "강건너 불보듯 해선 안돼"북한이 최근 미사일 엔진·발사시험장을 해체하면서 미국과 우리 정부를 향해 종전 선언에 나서라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움직임에 “환영한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동시에 “적법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에 적극적 태도 촉구
VOA "ICBM 조립시설도 해체"
폼페이오 "적법한 검증이 중요"
트럼프 "미군 유해송환도 기대"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25일 북한이 최근 평양 인근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립 시설을 해체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24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 만에 추가 움직임이 확인된 것이다. VOA는 위성사진 서비스업체 플래닛이 이달 20일, 21일, 24일 찍은 평안남도 평성 ‘3월16일 자동차 공장’ 일대 위성사진을 지난달 30일 사진과 비교한 결과 과거 미사일 조립 시설이 설치됐던 부지가 공터가 됐다고 밝혔다. 이곳은 지난해 11월 ICBM급 ‘화성-15형’ 발사 때 이를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TEL)에 싣기 위해 사용됐다.전날에는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 폐쇄 작업을 하는 정황이 확인됐다. 서해위성발사장은 6·12 미·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폐쇄를 약속한 미사일 엔진시험장이 있는 장소다. 두 곳 모두 미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ICBM 관련 시설인 만큼 해체 작업이 사실로 확인되면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북한은 동시에 종전 선언의 조속한 추진 필요성을 제기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평화체제 구축을 요구하는 기운’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종전 선언은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합의사항의 하나로 북과 남은 그것을 이행할 의무가 있으며 미국도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었다”고 강조했다. 또 “남조선 당국이 강 건너 불 보듯 할 일이 아니다”며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그러나 24일(현지시간) 미·호주 외교·국방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엔진시험장 해체와 관련,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했던 약속에 완전하게 부합한다”면서도 “엔진시험장을 해체할 때 그 현장에 감독관을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검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미국 정부가 추구하는 것은 적법한 그룹들이 참여하고 적법한 국가에 의해 이뤄지는 검증”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5월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 행사 때도 전문가들의 참관을 허용하지 않았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엔진시험장 해체에 대해 “환영한다”며 미군 유해 송환도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군 유해 송환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것은 현금보상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해리 해리스 신임 주한 미국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자리에서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기한 데 이어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장을 폐기하는 것은 비핵화를 위한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