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서울지식재산센터] #1. 기술보호지원단의 지식재산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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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A 서울지식재산센터 한광현 변리사)
기술 침해 소송에서 패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 해결방안중소기업의 기술탈취 유형을 정리하면 크게 3가지로 구분 할 수 있다. 대기업 입장에서 공급업체를 다변화하기 위해 특정 중소기업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기술을 다른 중소기업에 유출하는 경우, 중소기업과 공동개발을 통해 완성된 기술을 대기업이 단독으로 사업화하는 경우, 중소기업의 기술설명을 청취한 후 해당 아이디어를 대기업이 다른 파트너와 사업화하는 경우이다.
중소기업의 기술이 침탈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자. 중소기업이 대기업에게 기술내용을 효과 위주로 소개한다. 대기업은 현안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중소기업에게 더 많은 자료를 요구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거래를 기대하며, 다량의 기술자료를 전달한다. 이후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기술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이전받거나 공동으로 사업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거나 제3의 기업이 사업화를 진행하도록 한다.
중소기업은 기술을 탈취 당했다고 주장하고, 대기업은 중소기업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만으로는 사업화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런 사례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 사례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 기술분쟁 조정중재위원회에서는 대기업에 3억원의 배상결정을 내렸지만, 대기업은 조정결정을 거부하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중소기업은 기술유탈로 인해 존폐의 위기에 있음에도 대기업이 처벌받은 사례나 중소기업이 구제받은 사례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왜 중소기업은 기술침탈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가?
기술침탈과 관련된 소송이 진행되면 최종적으로 법원이 기술침탈 여부를 판단한다.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기술침탈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민사소송법 제202조). 기술이 침탈되는 과정을 다시 살펴보자.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아이디어를 설명한다. 한참의 시간이 경과한 후 법원은 기술침탈 여부를 판단하다. 그 사이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2년에서 3년 정도가 된다. 일반적으로 법원에서의 변론은 5~6차례 진행된다. 변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법원은 기술 또는 아이디어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고, 주요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심리가 성숙되면 법원은 심증을 형성한다.
문제는 아이디어 또는 기술의 속성이다. 범죄 사실이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특정해야 하고 당사자들의 진술을 반복적으로 청취하여 사실관계는 명확히 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디어나 기술은 들으면 들을수록 익숙해지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며, 원리를 이해하면 할수록 기술의 가치는 현저히 떨어진다. 예를 들어, 2005년 12월 23일에 출원된 “밀어서 잠금 해제”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보자.
이 기술이 출원된 시점인 약13년 전으로 돌아가서 생각을 해보면, 당시에는 터치스크린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밀어서 잡금을 해제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정도로 관심도가 떨어지는 기술이었으며, 출원당시에 이와 유사한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신규성 및 진보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유럽의 연방 특허법원은 2013년 4월에 해당 기술은 선행기술에 비해 진보성(erfinderische Taetigkeit)이 없다는 이유로 특허무효를 선언한다. 다행히 미국에서는 자국의 특허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선지 모르겠지만 유효한 특허로 인정한 바 있다. 특허출원 이후 수년이 지나 침해소송의 변론이 종결되는 시점에서 기술의 가치를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간단한 기술이고, 당연한 기술로 판단되어 기술 본래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이는 중소기업의 기술이 침탈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기술이 침탈된 사건에 대해 최근 법원은 "원고가 피고에게 제공한 자료는 업계에 알려진 일반적인 수준에 해당 한다"며 기술침탈 여부를 판단하기 이전에 기술의 가치를 판단한다. “기술적 가치가 없으니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않겠다” 이런 취지인 것으로 판단된다. 법원이 이러한 판단을 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는 간다. 기판력의 표준시는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이다. 법원은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제출된 자료를 근거로 주요사실의 존부를 판단한다. 법원이 기술의 침탈이라는 사실관계의 판단뿐만 아니라 기술의 가치도 사실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관행은 기술침탈을 불인정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따라서, 기술 침탈 사건에서 기술의 가치를 판단할 때는 해당 기술을 처음 대기업에 브리핑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고,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명문의 규정이 필요하다. 즉,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아이디어를 설명한 사실을 주장 입증하면, 대기업은 해당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된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동일한 기술을 사업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않는 한 대기업이 기술을 침탈한 사실을 인정하고, 침탈자는 해당 기술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수하도록 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비록 상표 문제이기는 하나 최근 판단시점과 관련된 유의미한 판례가 나와 주목을 끌로 있다. 2017후1342[대법원 2018. 2. 13. 선고 중요판결]에 의하면, 원심법원이 1996년 6월 26일 당시를 기준으로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2016년에 실시한 수요자 인식조사 결과를 주요근거로 한 것은 법리오해가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원심을 파기한 바 있다.추가적으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관점의 문제이다. 공학도가 바라보는 기술의 가치와 법률가가 바라보는 기술의 가치는 차이가 날 수 있다. 즉, 수년간의 실험을 통해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임계점을 발견했다고 하자. 이 임계점에 대해 공학도들은 높은 수준의 기술이라고 판단하지만, 동일한 기술에 대해서 법률가들은 “당해기술이 속하는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라면 반복된 실험을 통해서 충분히 찾아낼 수 있는 임계점”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과연 누구의 말이 설득력이 있을까?
기술이 고도화 되고 복잡해질수록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적 요소를 고려하여 최고의 효율을 찾아내는 것도 공학 분야에서는 충분한 가치와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가의 판단으로 “반복된 실험을 하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기술을 평가절하 한다면 수많은 연구자와 공학도의 노고는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기술유출로 인한 소송에서 기술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법률가의 판단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의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소송제도 중에 국민 참여재판제도가 있다. 그러나 국민 참여재판은 재판의 범위와 배심원의 권고효력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 기술유출 사건에서 기술의 가치가 폄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기술의 유효성은 일반 민사법원의 판사가 아닌 해당 분야의 전문가(교수, 박사, 변리사 등)로 이루어진 배심원단에 의해 판단하고, 그 판단 결과를 재판부가 인정한 후 기술침탈 여부는 민사재판부가 판단하도록 이원화해야 할 것이다.
이상으로 중소기업의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현행법의 문제점과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혁신기업은 중소기업으로부터 나오고 4차 산업혁명시대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중소기업이 자신들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
기술 침해 소송에서 패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 해결방안중소기업의 기술탈취 유형을 정리하면 크게 3가지로 구분 할 수 있다. 대기업 입장에서 공급업체를 다변화하기 위해 특정 중소기업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기술을 다른 중소기업에 유출하는 경우, 중소기업과 공동개발을 통해 완성된 기술을 대기업이 단독으로 사업화하는 경우, 중소기업의 기술설명을 청취한 후 해당 아이디어를 대기업이 다른 파트너와 사업화하는 경우이다.
중소기업의 기술이 침탈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자. 중소기업이 대기업에게 기술내용을 효과 위주로 소개한다. 대기업은 현안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중소기업에게 더 많은 자료를 요구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거래를 기대하며, 다량의 기술자료를 전달한다. 이후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기술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이전받거나 공동으로 사업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거나 제3의 기업이 사업화를 진행하도록 한다.
중소기업은 기술을 탈취 당했다고 주장하고, 대기업은 중소기업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만으로는 사업화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런 사례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 사례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 기술분쟁 조정중재위원회에서는 대기업에 3억원의 배상결정을 내렸지만, 대기업은 조정결정을 거부하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중소기업은 기술유탈로 인해 존폐의 위기에 있음에도 대기업이 처벌받은 사례나 중소기업이 구제받은 사례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왜 중소기업은 기술침탈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가?
기술침탈과 관련된 소송이 진행되면 최종적으로 법원이 기술침탈 여부를 판단한다.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기술침탈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민사소송법 제202조). 기술이 침탈되는 과정을 다시 살펴보자.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아이디어를 설명한다. 한참의 시간이 경과한 후 법원은 기술침탈 여부를 판단하다. 그 사이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2년에서 3년 정도가 된다. 일반적으로 법원에서의 변론은 5~6차례 진행된다. 변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법원은 기술 또는 아이디어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고, 주요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심리가 성숙되면 법원은 심증을 형성한다.
문제는 아이디어 또는 기술의 속성이다. 범죄 사실이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특정해야 하고 당사자들의 진술을 반복적으로 청취하여 사실관계는 명확히 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디어나 기술은 들으면 들을수록 익숙해지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며, 원리를 이해하면 할수록 기술의 가치는 현저히 떨어진다. 예를 들어, 2005년 12월 23일에 출원된 “밀어서 잠금 해제”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보자.
이 기술이 출원된 시점인 약13년 전으로 돌아가서 생각을 해보면, 당시에는 터치스크린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밀어서 잡금을 해제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정도로 관심도가 떨어지는 기술이었으며, 출원당시에 이와 유사한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신규성 및 진보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유럽의 연방 특허법원은 2013년 4월에 해당 기술은 선행기술에 비해 진보성(erfinderische Taetigkeit)이 없다는 이유로 특허무효를 선언한다. 다행히 미국에서는 자국의 특허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선지 모르겠지만 유효한 특허로 인정한 바 있다. 특허출원 이후 수년이 지나 침해소송의 변론이 종결되는 시점에서 기술의 가치를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간단한 기술이고, 당연한 기술로 판단되어 기술 본래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이는 중소기업의 기술이 침탈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기술이 침탈된 사건에 대해 최근 법원은 "원고가 피고에게 제공한 자료는 업계에 알려진 일반적인 수준에 해당 한다"며 기술침탈 여부를 판단하기 이전에 기술의 가치를 판단한다. “기술적 가치가 없으니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않겠다” 이런 취지인 것으로 판단된다. 법원이 이러한 판단을 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는 간다. 기판력의 표준시는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이다. 법원은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제출된 자료를 근거로 주요사실의 존부를 판단한다. 법원이 기술의 침탈이라는 사실관계의 판단뿐만 아니라 기술의 가치도 사실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관행은 기술침탈을 불인정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따라서, 기술 침탈 사건에서 기술의 가치를 판단할 때는 해당 기술을 처음 대기업에 브리핑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고,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명문의 규정이 필요하다. 즉,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아이디어를 설명한 사실을 주장 입증하면, 대기업은 해당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된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동일한 기술을 사업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않는 한 대기업이 기술을 침탈한 사실을 인정하고, 침탈자는 해당 기술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수하도록 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비록 상표 문제이기는 하나 최근 판단시점과 관련된 유의미한 판례가 나와 주목을 끌로 있다. 2017후1342[대법원 2018. 2. 13. 선고 중요판결]에 의하면, 원심법원이 1996년 6월 26일 당시를 기준으로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2016년에 실시한 수요자 인식조사 결과를 주요근거로 한 것은 법리오해가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원심을 파기한 바 있다.추가적으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관점의 문제이다. 공학도가 바라보는 기술의 가치와 법률가가 바라보는 기술의 가치는 차이가 날 수 있다. 즉, 수년간의 실험을 통해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임계점을 발견했다고 하자. 이 임계점에 대해 공학도들은 높은 수준의 기술이라고 판단하지만, 동일한 기술에 대해서 법률가들은 “당해기술이 속하는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라면 반복된 실험을 통해서 충분히 찾아낼 수 있는 임계점”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과연 누구의 말이 설득력이 있을까?
기술이 고도화 되고 복잡해질수록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적 요소를 고려하여 최고의 효율을 찾아내는 것도 공학 분야에서는 충분한 가치와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가의 판단으로 “반복된 실험을 하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기술을 평가절하 한다면 수많은 연구자와 공학도의 노고는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기술유출로 인한 소송에서 기술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법률가의 판단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의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소송제도 중에 국민 참여재판제도가 있다. 그러나 국민 참여재판은 재판의 범위와 배심원의 권고효력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 기술유출 사건에서 기술의 가치가 폄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기술의 유효성은 일반 민사법원의 판사가 아닌 해당 분야의 전문가(교수, 박사, 변리사 등)로 이루어진 배심원단에 의해 판단하고, 그 판단 결과를 재판부가 인정한 후 기술침탈 여부는 민사재판부가 판단하도록 이원화해야 할 것이다.
이상으로 중소기업의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현행법의 문제점과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혁신기업은 중소기업으로부터 나오고 4차 산업혁명시대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중소기업이 자신들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