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 23도·습도 45%"… 폭염에도 끄떡없는 반도체 클린룸

냉각기·공조장치로 최적환경 유지…"장시간 정전시 치명적 손실 우려"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산업 현장에서도 피해가 가시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생산라인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우리 경제를 사실상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업계의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에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반도체 제조 시설인 '클린룸'은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끊임없이 냉각기와 공조장치가 가동되면서 온도와 습도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된다.

업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클린룸 내부의 온도는 섭씨 23도, 습도는 45% 수준에서 관리된다.온도는 통상 ±1도, 습도는 ±5%의 한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과 같이 바깥 온도가 연일 40도에 육박할 경우 이런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력 소모량이 많아지겠지만 평소에도 계속 관리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반도체 공장에서 폭염이나 혹한 등 날씨로 인해 생산 차질이 발생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도 이처럼 철저한 관리로 최적의 환경이 유지되기 때문이다.문제는 온도나 습도에 의한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폭염 등으로 인해 대규모 정전 사태, 이른바 '블랙아웃'이 발생하는 경우다.

물론 전력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경우에도 즉각 비상 전원공급 시스템이 가동돼 핵심 설비의 가동은 계속되지만 자칫 정전이 길어질 경우에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령 대규모 정전 사태가 현실화하더라도 중요 산업시설은 우선 전력공급 대상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은 피할 가능성이 크다.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텍사스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데, 최근 기온이 45도까지 올랐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폭염으로 인해 반도체 업계가 심각한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비상 발전이 무한정 가동되지는 않기 때문에 장시간 정전이 이어진다면 치명적인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며 "이럴 경우 국가 차원의 재난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