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엑소더스'… 22조 굴리는 대체투자실장도 사의
입력
수정
지면A15
기금운용본부 운용직 실장국민연금의 국내 대체투자를 총괄하는 김재범 기금운용본부 대체투자실장(사진)이 사의를 밝혔다. 이로써 기금운용본부의 운용직 실장 자리 7개 중 4개가 공석이 됐다. 1년째 정해지지 않고 있는 기금운용본부장을 포함하면 8명의 주요 운용직 간부 중 5명이 자리를 비웠다.
7명 중 4명이 공석
본사의 전북 전주 이전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후폭풍으로 촉발된 기금운용본부의 핵심 인력 ‘엑소더스’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금운용본부는 내년이면 700조원을 넘어설 국민연금 기금을 운용하는 조직이다.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실장은 전날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밝혔다. 사학연금 대체투자팀장을 거친 김 실장은 2015년 국민연금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7년 실장으로 승진해 국내 부동산, 인프라, 기업투자 등 대체투자를 총괄해 왔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대체투자 규모는 22조원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김 실장이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과 민간에 비해 낮은 보수 등으로 이직을 고민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본부 맏형 격인 조인식 전 기금운용본부장 직무대리(해외증권실장)가 지난달 사표를 던진 데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본부장이 사임한 이후 직무대리를 맡았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과 관련, 검찰 수사에 협조한 일부 직원을 지난해 말 회식 자리에서 나무란 것이 문제가 돼 사의를 밝혔다.
국내주식실장을 맡았던 채준규 전 실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임의로 기업가치를 산정했다는 이유로 내부 감사를 받고 지난달 해임됐다. 해외대체실장은 지난해 2월 유상현 전 실장(미래에셋대우 사모펀드 본부장) 사임 이후 1년5개월째 공석이다.이로써 7명의 운용직 실장 중 운용전략실장과 채권운용실장, 리스크센터장을 제외한 4명이 직장을 떠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1년째 공석인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 2월부터 공모를 진행했지만 청와대의 인사 개입 논란만 남긴 채 최종 선임에 실패해 재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