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인천시·서울區 '금고지기' 쟁탈전 막올랐다

인천, 30일 은행 입찰 공고
신한·KEB하나 경합

서울 25개구도 선정 예정
우리銀 "구금고는 사수할 것"
은행간 출혈 경쟁 우려도
신한·국민·우리·KEB하나 등 시중은행이 하반기 기관 영업 ‘최대어’로 꼽히는 인천시와 서울 자치구 ‘금고지기 쟁탈전’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지난 상반기 예산 32조원 규모의 서울시금고 은행에 이어 하반기에는 9조5000억원 예산의 인천시금고와 16조원 규모의 25개 서울 자치구 금고 은행 선정이 잇따를 예정이다. 앞서 신한은행이 3000억원이 넘는 출연금을 내놓고 서울시 1금고 은행 자리를 꿰찬 뒤여서 이번 유치전에서도 출연금 규모를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여름 휴가시즌이 한창이지만 시중은행 기관영업그룹만은 예외다. 30일 인천시에 이어 서울 자치구의 금고 운영자 선정 공고가 줄줄이 나올 예정이어서 입찰 제안서 준비로 바쁘기 때문이다.
이들 금고 은행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각 지방자치단체 세입금 수납·세출금 지급과 유휴자금 보관·관리 등을 맡게 된다. 인천시는 올해 예산을 기준으로 한 운영 규모가 9조5000억원으로, 하반기 운영 은행을 선정할 지자체 금고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일반회계와 공기업특별회계, 기금을 다루는 1금고(8조5000억원)와 기타특별회계를 취급하는 2금고로 나눠 9월 초에 정해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1금고를 두고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간 경합을 예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07년부터 올해까지 12년간 인천시 1금고를 맡아온 데다 인천 내 가장 많은 점포를 운영할 정도로 지역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이 우위 요인으로 꼽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서울시금고 선정 경험을 바탕으로 인천시금고 입찰에서도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1금고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도 인천시금고 유치에 유독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에서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전산데이터센터, 직원 연수원 등을 이전하면서 하나금융타운 설립을 추진하는 등 지역기반을 꾸준히 다져왔다.인천시와 함께 서울 25개 자치구 예산도 전체 규모가 16조원이라 시중은행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지난 4년간 25개 구금고 중 용산구청을 제외한 24개 구 1금고를 우리은행이 맡아왔다. 하지만 104년간 차지한 서울시 1금고 자리를 신한은행에 내준 터라 우리은행은 기존 구금고만큼은 사수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현재까지 중구, 도봉구, 구로구, 영등포구 등 5개 구금고 입찰 신청이 마감됐다.

업계는 시금고 은행인 신한과 우리은행 간 경쟁을 예상한다. 신한은행은 내년부터 서울시 1금고를 맡게 된 만큼 전산시스템 연계성을 부각해 구금고 유치에 나설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기존 구금고를 운영해온 노하우와 시스템, 인력 등을 앞세울 계획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지자체 금고 유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해당 공무원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지자체와 다양한 연계 영업을 벌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시중은행 기관영업담당자는 “올 들어 출연금 경쟁이 ‘출혈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며 “수익보다 비용 부담 가중이 더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