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술주 '연쇄 추락'에 韓 반도체·인터넷株도 긴장

美 증시 기술주 '쇼크'

한국 증시 파장 우려

美 기술기업 투자 줄이면 삼성전자 등에 타격 줄 가능성
해외주식 직구족도 '손실 공포'
미국의 기술주 조정은 한국 증시에도 직·간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 증시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301조663억원)와 SK하이닉스(62조6810억원), 8위 네이버(24조7550억원), 33위 카카오(9조1162억원) 등이 영향을 받을 후보군으로 꼽혔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실적은 미국 기술 기업들의 설비 투자에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투자를 늘리면 반도체 수요가 뒤따라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이용자 감소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 반도체 기업에 여파가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인터넷주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페이스북 주가 급락 소식이 반영된 지난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다. 네이버는 전날과 같은 75만1000원을 유지했고, 카카오는 1.70% 오른 11만9500원에 장을 마쳤다. 하지만 미국 기술주의 도미노 추락이 확산되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인터넷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적정한지는 미국 인터넷 기업에 견줘 평가된다”며 “미국 인터넷주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 순이익) 배수가 낮아지면 그만큼 국내 기업에 적용하는 적정 PER 배수도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페이스북 PER은 24배 수준으로 하락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네이버의 PER은 현재 32배, 카카오는 75배로 페이스북보다 높다. 안 연구원은 “한국 인터넷주도 페이스북처럼 성장 둔화 신호가 나타나면 실망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직구족’과 미국 기술주에 투자한 해외펀드 가입자들은 직접적인 손실 위협에 직면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페이스북 누적 순매수 규모는 1억494만달러(약 1175억원)에 달한다. 아마존, 알리바바, 알파벳 등에 이어 한국인이 여섯 번째로 많이 산 미국 주식이다. 페이스북은 26일 18.96% 급락한 데 이어 27일에도 0.78% 하락했다. 올 들어 최고 23.25% 올랐던 페이스북은 상승률을 모두 까먹고 손실(-0.88%·27일 기준)로 전환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신흥국 증시에서 빠져나온 글로벌 자금이 나스닥의 4차 산업혁명주로 이동했다”며 “이들이 흔들리면 ‘더 이상 안전지대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송종현/노유정 기자 scream@hankyung.com